한일정책협의대표단, 日 외무장관 등 면담
반일 여론 의식, "고위급 교류 재개는 신중"
윤석열 정부가 동면 상태에 빠진 한일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고위급 소통’ 재개 여부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한일정책협의대표단’이 25일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을 면담하는 등 본격 상견례에 나선 것이다. 일본도 빽빽한 일정으로 성의를 보여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다만 관계 개선의 핵심인 과거사 문제는 타협이 쉽지 않은 만큼, 차기 정부도 예단을 삼간 채 ‘민간 교류’ 확대를 발판 삼아 접점을 늘려가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대표단 단장을 맡은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이날 도쿄에서 하야시 장관과 만난 뒤 “활발한 인적 교류가 진행되고 교역량도 늘어나 이웃 국가 간 미래지향적 관계가 회복돼야 한다는 (윤 당선인의) 분명한 인식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포~하네다 항공노선 운항 재개 등 감염병 사태 장기화로 정체된 민간부문의 인적ㆍ물적 교류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민간영역의 활발한 교류 필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내용이 새롭지는 않다. 그럼에도 첫 상견례가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는 건 형식 면에서 긍정적 신호가 엿보여서다. 윤 당선인 측이 정 부의장을 비롯한 중량급 인사들을 파견하자, 일본 측도 경제산업장관, 방위장관 등과 대면 기회를 줘 ‘격’을 맞췄다. 26일이나 27일쯤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면담도 유력하다.
그러나 실질적 관계 진전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난 5년 내내 평행선을 달린 과거사 이슈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탓이다. 이런 어려움을 의식했는지 정 부의장 역시 이날 강제징용,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소송과 관련, “어떤 입장과 일치된 견해를 갖고 일본 측에 제시한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아직 새 정부가 출범하지 않아 협상 권한이 없다 해도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이 외교ㆍ국방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가동 등 구체적 협력 방안까지 미국 측과 논의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신중한 태도다.
격앙된 반일 여론을 감안한 듯,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에서는 일본과 고위급 교류를 서둘러 재개할 필요가 없다는 기류까지 감지된다. 기시다 총리의 윤 당선인 취임식 참석 카드가 대표적이다. 일각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취임식 참석을 요청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결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상대국이 먼저 참석 의사를 밝혀야 하는 관례를 떠나, 자칫 일본이 방한을 대가로 과거사 문제에 무리한 양보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반발 여론을 감안하면 애초에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찾을 가능성은 낮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차기 정부는 ‘과거사 뇌관’을 최대한 피하면서도 한일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 교류 확대에 더해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 인도ㆍ태평양 전략 등 자세히 들여다보면 협력 가능한 의제가 없지는 않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사 문제는 한일 모두 단기 해결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윤 당선인이 현 정부와 관점이 뚜렷하게 다른 한미일 3국 협력에 관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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