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 90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개최했다. 최근 평양 김일성광장에 대규모 인력과 장비가 집결한 정황이 여러 차례 포착된 터라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를 치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군 당국은 당초 25일 0시를 유력한 열병식 개최 시점으로 봤으나 날씨 등을 고려해 하루 미뤄졌다.
군 당국은 이날 오후 9시를 전후로 북한의 열병식 개최 동향을 파악했다. 북한 당국이 생중계는 하지 않았지만, 직전 시행했던 지난해 9월 9일 정권수립일 73주년 기념 열병식에 비해 양적ㆍ질적 수준이 대폭 향상됐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시 북한은 정규군 대신 노농적위군(예비군)과 사회안전군(경찰)을 동원한 ‘약식 열병식’으로 갈음했다. 군과 정보당국은 이번 열병식에 2만 명가량의 병력이 동원되고 극초음속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이 자랑하는 전략ㆍ전술무기를 대거 선보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역대급’ 열병식 조짐은 일찌감치 감지됐다. 북한 당국이 평양 미림비행장과 김일성광장 등에서 꾸준히 ‘예행연습’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열병식에 쓰일 250여 대의 각종 장비와 김일성광장 앞에서 대동강을 가로질러 주체탑까지 이르는 부교 2개가 설치된 장면이 위성사진에 찍히기도 했다. 북한은 대동강 부교를 열병식의 정점을 찍는 축포 발사 용도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열병식 개최를 하루 늦춘 데는 날씨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흐린 날씨 탓에 북한 당국이 목표한 열병식 효과를 거둘 수 없게 되자 뜻을 접었다는 것이다. 실제 평양 등 행사 인근 지역에는 비가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심야 열병식에는 다양한 조명 장비가 동원되고 축포 발사 등이 이어진다. 따라서 높은 습도로 주요 장비가 손상되거나 기대 효과가 반감될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5년 10월 우천으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을 오전에서 당일 오후로 미룬 전례도 있다.
북한의 심야 열병식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북한은 2020년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시작으로, 지난해 1월 14일 8차 당대회 기념, 같은 해 9월 9일 정권수립 73주년 기념에 이어 이날까지 네 차례 연속 밤 늦게 행사를 진행했다. 다양한 조명장비와 특수효과로 신형 무기체계를 과시하기에 심야 열병식이 적격이라는 해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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