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격 방문 오스틴 美 국방 발언 파장
서방 국가, 155㎜ 곡사포 등 우크라 추가 지원
26일 독일 공군기지서 40개국 국방장관 회의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과 같은 종류의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지는 것을 보고 싶다.”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던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의 이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미국의 전쟁 목표로 우크라이나 방어는 물론 향후 러시아의 군사 강국 지위 약화까지 노린다는 서방의 속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다시 한번 핵공격 위협을 이어갔고, 미국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서두르면서 대규모 국방장관 회의 개최로 힘을 모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함께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던 오스틴 장관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전쟁 목표 관련 질문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끝나면) 훨씬 약한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러시아가 이번 공격 과정에서 많은 병력을 포함해 상당한 군사적 손실을 입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 발언 후 미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은 러시아에 대해 어떠한 종류의 정권 교체도 예고하지 않았다. 수개월간 이어진 바이든 행정부 정책과 일치한다”고 밝혔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러시아의 이웃 국가 위협을 막는 데 미국의 1차 목표가 있지 러시아를 흔드는 게 목적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 방어에 성공한다면 러시아의 군사력 약화 쪽으로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장갑차 2,000대, 탱크 530대, 군용기 60대 등을 손실했다며 러시아군 전투부대 4분의 1이 작전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두 장관의 발언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거나 패배하더라도 미국과 동맹국은 러시아군 재건을 저지하기 위해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155㎜ 곡사포 72문 등 8억 달러(약 1조 원) 상당의 무기 추가 지원을 발표한 데 이어 프랑스와 캐나다도 155㎜ 자주포 ‘세자르’와 M777을 우크라이나에 지원 중이다. 영국과 독일도 대공미사일 장착 스토머 장갑차와 마르더 보병전투차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다음 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시 가입 신청에 합의하는 등 러시아 포위망 구축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26일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40개국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국방협의체 회의를 열었다. 또 우크라이나에 1억6,500만 달러(약 2,000억 원) 규모 비(非)나토 규격 탄약 판매를 승인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구소련제 무기에 사용할 수 있는 탄약을 지원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의 움직임에 반발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현지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핵전쟁 위험은 실재하며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대사는 미국에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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