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검, 범죄수익 세탁·국외반출 4명 기소
검찰 "경찰 송치 단순 사건, 보완수사로 실체 확인"
검찰이 1,300억 원대 범죄수익금을 수출입대금으로 가장해 중국으로 빼돌린 보이스피싱 일당 4명을 기소했다. 당초 경찰은 수천만 원대 현금수거책 검거 사건으로 송치했지만, 보완수사를 통해 대규모 조직범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국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이 통과되면 검찰 보완수사 기능이 약화돼 서민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며 재고를 촉구했다.
26일 서울동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부장 이곤호)는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자금 세탁 및 국외 반출을 담당한 중국인 A(58)씨와 B(68)씨, 한국인 C(61)씨와 D(38)씨 등 4명(구속 3명)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조직은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국내에서 가로챈 범죄수익금 1,300여억 원을 수출용 대금으로 위장해 중국에 불법 송금했다. 송금액은 2020년 국내 보이스피싱 총 피해액(7,000억 원)의 18%에 달한다.
C씨는 중국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무역회사를 통해 범죄수익금을 빼돌려 수출입대금을 가장한 자금세탁을 한 혐의 등을 받는다. A씨와 B씨도 여기에 가담했는데, 이들은 피해자 580명에게 가로챈 78억 원을 이런 수법으로 불법 반출했다. D씨는 범죄수익금 1,200억 원을 면세점 구매 대금, 컴퓨터 소프트웨어 수입 대금 등으로 가장해 중국으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대규모 보이스피싱 조직이 국내 피해자들에게 편취한 돈을 수출입대금으로 가장해 중국으로 빼돌리고 있는 실체를 확인한 최초 사례"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성과가 경찰에서 넘겨받은 사건을 보완수사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경찰이 사기 피해금 4,700여만 원을 거두러 다니던 수거책을 검거했다며 사건을 송치했는데, 보완수사를 통해 당초 2개에 불과했던 자금세탁 계좌를 70여 개까지 확인하는 등 추가 범행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검찰이 장기간 축적한 금융수사 및 포렌식 수사 노하우가 이번 수사의 바탕이 됐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기존 현금수거책 검거 중심의 수사로는 총책을 추적하거나 범행 전체를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검수완박 입법이 현실화하면 이번과 같은 보완수사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곤호 부장검사는 "경찰도 보이스피싱 수사 능력이 충분하지만 인력 부족 등 한계로 인해 현금수거책 검거로 마무리되곤 한다"며 "현재 논의 중인 검수완박 중재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부분만 보완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여죄가 발견되더라도 대처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완수사 범위가 제한되면 중대범죄에 대한 법적 공백이 발생해 국민이 범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모순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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