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반대 목소리 꾸준한 한동훈
후보자 신분에 文 정부와 대립각 뚜렷
이준석, 먼저 전화 걸어 '검수완박 논의'
검사들은 "검찰 요구 대변해달라" 주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며 법안을 반대해 온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구심축이 없는 검찰 내에선 한 후보자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후보자 측은 이날 '검수완박'과 관련해 "범죄대응시스템이 붕괴돼 국민이 큰 피해 볼 것이 분명한 개헌 수준의 입법이 국민 상대 공청회 한 번 없이 통과되는 것을 눈앞에 두고, 현장을 책임지게 될 법무장관 후보자가 몸 사리고 침묵하는 것은 직업윤리와 양심의 문제"라고 밝혔다.
한 후보자의 이날 입장 표명은 문 대통령이 전날 손석희 앵커와의 대담에서 "(한 후보자가 검수완박 법안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식의 표현을 쓰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언급하자, 이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나왔다. 한 후보자는 지난 13일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법안 처리 시도가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이 크게 고통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15일에도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힘센 범죄자들은 제도적으로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게 된다"며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민주당이) 이렇게 명분 없는 야반도주까지 벌여야 하는지 국민들께서 많이 궁금해하실 것"이라며 민주당을 자극했다. 한 검찰 간부는 "윤 당선인이 검찰 이슈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한 후보자가 민주당과 대리전을 펼치며 체급을 키우는 모양새"라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한 후보자에게 연락해 '검수완박'에 대해 논의한 뒤 여야가 합의한 중재안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한 후보자의 위상을 알 수 있는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파견 경험이 있는 검찰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가 중재안 재검토 카드를 꺼내기 전에 권성동 원내대표와 상의하는 게 순리지만, 한 후보자를 지렛대로 삼는 게 정치적으로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에서도 한 후보자를 '소통령'으로 칭하며, 사실상 윤 당선인의 대리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정치권에 검찰 입장을 전해야 할 김오수 총장이 '검수완박'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검찰 내에선 한 후보자의 행보를 더욱 주목하고 있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 수장 공백 상태에서 대검찰청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한 후보자가 계속해서 검찰 요구를 강력히 대변해 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너무 자극한 탓에 검수완박 단독처리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동훈 역할론'이 검찰 입장에선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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