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중앙행정심판위원장 시절 음주운전으로 인한 역주행·뺑소니 사고에 감경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음주운전·사망사고·뺑소니·난폭운전으로 인한 운전면허 취소자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내걸며 사면 대상에서 제외한 당시 경찰과는 정반대 판단을 내린 것이다. 특히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참작사유가 아닌데도, 감경 처분을 내려 이 후보자가 음주운전에 관대한 기준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음주 운전자 '면허취소' 처분한 경찰 의견 뒤집어
27일 한국일보 취재와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상민 후보자가 권익위 행정심판위원회의 행정심판을 총괄했던 2015년 1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행정심판위원회에 접수된 운전면허 행정 처분 사건 3만9,268건 중 6,686건(17.0%)이 감경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경 요청을 받아들인 인용률은 직전 5년 평균과 비슷하지만, 이 후보자가 소위에서 심리한 사건을 받아보는 행정심판국 최종 책임자로 재직 때는 경찰청 처분 근거인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기준에 어긋나는 감경 사례도 적지 않았다.
본보가 입수한 행정심판위원회 재결서와 경찰청 답변서에 따르면, 이 후보자 재직 시 역주행과 뺑소니 사고를 낸 음주운전자의 면허 취소를 감경해준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운전자는 공무원 신분이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청구인이 음주 상태로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했고, 1년간 운전면허 취소기준 점수인 121점을 초과한 데다가 교통위반 전력이 4건 있다”는 점을 들어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했다.
권익위는 그러나 “신호를 위반해 역주행하다가 사고를 일으킨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사고는 청구인 차량이 골목길에서 피해 차량과 교행하다가 스친 것으로 물적 피해가 경미해 벌점을 부과할 수 없다”면서 운전면허 취소가 부당하다며 처분 수위를 낮췄다.
이외에도 ‘피해자가 고령이라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 ‘청구인 혈액에서 나온 알코올은 소독용 알코올 솜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등 다소 이례적 사유로 경찰 처분을 감경하기도 했다.
"도로교통법 시행 규칙상 참작기준 지켜야" 감사원 경고 받기도
이 후보자 재직 시 행정심판위원회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의 참작기준을 어긴 경우가 많아, 감사원 감사에서 '주의' 통보를 받기도 했다. 2017년 2월 감사원은 권익위가 도로교통법상 정상참작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2%를 초과하는데도 일부 인용 △인적 피해 교통사고를 냈는데도 일부 인용한 사례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동일한 음주운전에 대해 경찰과 권익위 두 기관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판단함으로써 음주운전 관련 도로교통법령 적용의 신뢰성과 예측가능성을 떨어트린다”며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운전면허 취소·정지 처분 기준과 행정 처분 결과를 유명무실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밝혔다.
임호선 의원은 “중앙행정심판위원장 경력은 행정 경험이 부족한 이 후보자가 내세운 유일한 이력”이라며 “그럼에도 임기 동안 음주운전에 대한 불필요한 관용을 남발해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 측은 이에 대해 “당시 재결기준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음주운전은 결코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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