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부처 달리 경제팀은 '능력'인선이 타당
尹정부 첫 경제팀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
첫 과제는 인플레 잡기...성과로 입증해야
경제를 파티에 비유하자면, 지금은 파티의 흥을 깨야 하는 시기다. 인플레이션이 모든 걸 산산조각 내기 전에,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취한 사람들에게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구체적 액션은 금리 인상, 곧 긴축이다. 이럴 때의 중앙은행을 그래서 '파티 푸퍼(party pooper: 파티 분위기를 깨는 사람)'라고 부른다.
파티를 끝내고 싶은 정권은 없다. 할 수만 있다면 집권 내내 잔치를 이어가고 싶을 거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는 파티의 문을 닫아야 하는 딱 그 시점에 출범하게 됐다. 코로나도 끝나가겠다, 정권교체도 했겠다, 이왕이면 시끌벅적 축제 분위기를 만들고 싶겠지만, 지금의 경제 환경은 그럴 여유를 한 치도 허락하지 않는다. 통계청 경기동행·선행지표로 볼 때 경기는 현재 정점을 통과 중이며, 곧 본격적인 내리막길로 접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거친 인플레가 가세하면서, 어쩌면 그 무섭다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때 정책을 잘못 쓰면, 경제도 정권도 다 망가진다. 문재인 정부 초반부가 그랬다. 사후적으로 확인된 것이지만, 정권 출범 직후였던 2017년 하반기에 경기가 정점을 지났으며 2018년부터는 완만한 하락 국면이 시작됐다. 그런데 바로 그때 '임기 내 1만 원' 공약에 따라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됐다. 많은 중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정책에 그토록 화가났던 건, 분명 경기가 식어가는 게 느껴지는데, 정부는 되레 임금을 역대급으로 올려버렸기 때문이었다. 결국 경기 하강기에 단행된 최저임금 인상은 집권 초 80%를 넘나들던 문 정부의 지지율을 반전시키는 결정적 촉매제로 작용했다.
윤 정부의 경제 환경은 문 정부 출범 때보다 더 나쁘다. 5년 전엔 적어도 인플레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게 치솟고 있고, 공급망과 전쟁 등 외부요인으로 인해 쉽게 잡힐 것 같지도 않다. 인플레만 보면 분명 긴축이 정답이겠지만, 긴 팬데믹으로 상처가 깊어진 곳곳의 취약 부문과 곧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경기흐름을 생각하면, 자칫 '닥치고 긴축'은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거시정책과 미시정책의 조합, 정말로 섬세한 조합이 필요하며 이건 전적으로 새 정부 초대 경제팀의 역량에 달려 있다.
윤 정부 조각엔 감동이 없었다. 새로 출발하는 정부의 첫 내각이라면 입지전, 자수성가, 여성, 마이너리티 등 성공과 다양성의 스토리를 좀 담았어야 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당선인 측에선 안배 대신 능력을 택했다고 했지만, 일부 인사들을 보면 정말로 능력 중심의 인선이었는지도 의심스럽다.
다행인 건 경제팀이다. 다른 부처는 몰라도 경제팀은 철저히 문제해결능력 위주로 구성하는 게 맞다. 감동보다는 성과, 메시지보다는 솔루션이 중요한 자리다. 경제부총리 후보인 추경호 의원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총리실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기획, 조정, 금융 커리어를 모두 쌓았고, 재선 의원으로 원내 수석부대표를 지내며 정무능력과 협상력까지 갖췄다. 경제부총리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다 갖췄다는 평가다. 이창용 한은총재는 현 정부가 임명했지만 누구도 그의 능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경제수석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최상목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전 기획재정부 차관)도 마찬가지다. 공무원 사회에선 주요 포스트 인사에 관한 한, 누가 봐도 수긍할 에이스를 임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 점에서 추경호 경제팀은 매우 탄탄한 느낌을 준다.
이들은 과연 파티를 잘 끝낼 수 있을까. 인플레 불길을 잡되 경기 불씨는 살릴 수 있을까. 그래서 추경호 경제팀은 드림팀이 될 수 있을까. 취임과 동시에 바로 시작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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