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가 6만원 식당서 인당 3만~4만원 써
인원 부풀리기나 법인카드 쪼개기 의혹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제주지사 재임 시절 쓴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 중에서 수상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는 간담회 등 명목으로 고급 일식당을 단골처럼 드나들었는데, 실제 결제된 금액은 이 식당의 메뉴 가격보다 훨씬 적었다. 이 때문에 원 후보자가 업무추진비 사용 규정에 맞추기 위해 법인카드를 여러 차례에 걸쳐 결제하거나 참석인원을 부풀려 결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7일 제주도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원 후보자의 제주지사 재임 시절(2019년~2021년 7월)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한국일보가 분석한 결과, 원 후보자는 해당 기간에 제주시 일식을 전문으로 하는 A식당에서 44차례에 걸쳐 국회 등 유관기관 관계자와 공식적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공식 업무인 만큼 원 후보자는 점심과 저녁 식사비 1,539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1인당 식사비는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인 4만 원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본보가 확인해 보니 A식당은 오마카세(정해진 메뉴 없이 주방장이 즉석에서 초밥 등을 제공하는 코스요리) 전문 식당으로, 1인당 4만 원으로는 식사를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이곳 점심 가격은 1인당 7만5,000원(지난해까지는 6만 원), 저녁 식사는 15만 원이다. 해당 식당은 단품 메뉴가 없고 무조건 오마카세를 주문해야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원 후보자가 A식당에서 사용한 집행내역을 보면, 1인당 4만 원을 넘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실제 지난해 5월 6일 결제내역을 보면 4명이 참석한 간담회 점식식사 비용으로 12만 원을 집행했다. 원 후보자는 그 다음날 저녁에도 해당 식당을 찾아 4명의 식사비 16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실제 4명이 정상 가격을 지불했다면 점심식사는 최소 24만 원을, 저녁식사는 60만 원을 결제해야 한다.
원 후보자는 또 2020년에는 해당 식당에서 적게는 8명에서 18명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20여 차례에 걸쳐 가졌지만, 식사 비용으로 단 한번도 50만 원을 넘지 않았다. 업무추진비 규정에 따르면, 법인카드 사용 시 건당 50만 원 이상의 경우에는 참석자의 소속 또는 주소 및 성명을 기재해 증빙서류을 제출해야 한다.
본보의 이런 지적에 대해 국토부 인사청문 준비단 측은 “업무추진비는 공적 업무 수행을 위해 관련 규정에 따라 법인카드를 적법하게 사용했다”며 “다만 작년까지 A식당에 2만 원짜리 메뉴가 있어서 총액이 적었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식당에 확인한 결과 당시 2만 원짜리 ‘장어구이’ 메뉴는 점심시간에 오마카세를 주문할 경우 추가 메뉴로 주문할 수 있는 음식으로, 단품 메뉴로는 판매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원 후보자는 2020년 6월에는 A식당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또 다른 오마카세 전문점에서 3차례에 걸쳐 133만6,000원을 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식당 저녁 식사 1인분 가격은 A식당보다 더 비싼 23만 원이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원 후보자가 2020년과 2021년 당시 제주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도민들과 공무원들에게 수차례 모임 자제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지사는 일반 도민들은 생각도 못하는 1인분에 15만 원, 23만 원짜리 식사를 수십 차례 걸쳐 즐겨다니 기가 막힌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실제 음식값과 결제 금액이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원 후보자가 지금이라도 관련 증거자료와 함께 구체적으로 도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며 “결제 내역을 허위로 작성했거나, 또는 다른 누군가가 대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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