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양국 관계 바닥이어도 기본 외교 업무 수행"
미 "수개월 협상 끝 성사...우크라이나 지지 유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양국이 상대국에서 복역 중인 자국민 중형 수감자들을 맞교환했다. 미국 측은 이번 협상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온 기존 입장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에 수감 중인 미국인 트레버 리드와 미국에 수감돼 있던 러시아인 콘스탄틴 야로셴코의 교환이 성사됐다고 발표했다. 몇 달간 협상 끝에 이뤄진 수감자 맞교환은 제3국에서 이뤄졌으며, 두 사람 모두 본국으로 귀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병대 출신인 리드는 2019년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가 현지 경찰관을 위협하고 폭행한 혐의로 체포돼 이듬해 모스크바 법원에서 9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해왔다. 리드는 지난달 28일 결핵 등을 호소했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독방에 감금되자 이에 항의해 단식 농성을 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조종사로 일하던 야로셴코는 2010년 현지 보안당국에 코카인 대량 운송 시도 혐의로 체포돼 곧바로 미국 마약단속국(DEA)에 인계됐다. DEA는 야로셴코를 포함한 5명의 마약 밀매범들이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으로부터 4톤 분량, 시가 1억 달러 상당의 코카인을 넘겨 받아 라이베리아 등으로 운송하려고 모의했다고 밝혔다. 뉴욕 법원은 2011년 9월 야로셴코에게 마약 밀수 혐의 등으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번 수감자 맞교환은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냉전 이후 최악인 가운데 이뤄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WP는 “이번 거래는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바닥에 있더라도 기본적인 외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협상은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했다”며 “러시아에 구금된 미국인과 해외의 다른 억류자들이 풀려나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러시아에 구금된 미국인은 2명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번 거래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접근 방식을 결코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수감자 맞교환은 양국이 수 개월간 협상을 해온 결과이며 오로지 오랫동안 부당하게 억류되어 있던 미국인 석방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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