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감소세 일찍 맞은 미국·유럽
최근 확진자 늘며 유행 재확산에 몸살
이탈리아, 실내 마스크 벗으려다 중단
한국, 여름휴가철 변이 유입 늘까 걱정
우여곡절 끝에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 일상회복에 바짝 다가선 만큼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대한 이른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한국보다 먼저 오미크론 대유행을 지난 해외 국가들 상황이 최근 심상치 않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재확산될 수 있다는 신호다. 전문가들은 경각심을 갖고 한두 달 뒤 상황에 맞는 방역 대책을 짜야 한다고 주문한다.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일부터 일부 장소를 제외한 실외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50인 이상이 모이는 집회나 공연, 실외 스포츠 경기장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자가검사키트는 1일부터 온라인에서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다. 유행 감소세에 맞춰 일상회복이 한걸음 더 가까워진 모습이다.
미국 확진자, 최근 2주간 52% 증가
그러나 감소세라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한국보다 한두 달 일찍 감소세를 맞은 미국과 유럽이 이를 보여준다. 미국은 이달 초 유행 정체 상황을 맞았지만, 최근 2주 사이 확진자가 52% 증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9일 50개 주 가운데 47개 주에서 확진자가 증가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미국의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5만6,869명이다. 지난달 3일 수치(2만6,992명)의 두 배 이상이다.
유럽에선 유행 재확산에 실내 마스크 해제 추진을 보류한 국가도 있다. 미 존스홉킨스대 코로나센터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지난달 18일 1만8,588명까지 줄었던 하루 신규 확진자가 1주 뒤인 25일 2만5,282명, 29일에는 5만9,395명으로 폭증했다. 이에 지난달 말 해제하려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6월까지로 연장했다.
지난달 초 재확산에 접어든 프랑스와 독일은 좀처럼 확진자가 줄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25일 1만4,062명까지 줄었다가 29일 다시 5만2,979명으로 뛰었다. 독일은 18일 2만2,483명까지 줄었지만, 1주 뒤인 25일 13만6,798명으로 6배 이상 폭증했다.
아시아 위협하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
미국·유럽의 재확산은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2(스텔스 오미크론)'와 'BA.2.12.1'의 강한 전파력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앞서 "미국에선 최근 BA.2.12.1이 빠르게 BA.2를 대체해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에 아시아 국가 상황도 심상치 않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지난달 28일 BA.2.12.1 감염 사례가 2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달 초 수백 명 수준이던 대만의 하루 확진자는 하위 변이 확산에 지난달 30일 1만5,0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일상회복을 갓 시작한 우리나라도 위험할 수 있다. 특히 휴가철 해외여행 수요 증가가 재유행을 부추길 요인으로 지목된다. 해외 곳곳에 퍼진 오미크론 하위 변이와 앞으로 등장할 신종 변이가 예상보다 빨리 국내에 퍼질 수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앞서 "새 변이가 이르면 6월 초쯤 등장해 빠르게 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위험군 항체 유지가 관건"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의 경우 관리만 잘하면 소규모 유행에 그칠 것으로 본다. 87%로 높은 백신 2차 접종률과 65%에 근접한 3차 접종률, 전체 인구의 33% 감염 등으로 다른 나라보다 면역을 얻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민의 60~70%는 항체를 갖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한 번쯤 걸려야 한다고 볼 때 남은 사람은 30%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3차 접종 효과 감소가 변수다. 백신 효과 지속 기간은 약 3개월이기 때문에 여름철 유행이 재확산한다면 고위험군이 위험할 수 있다. 여름이 오기 전 4차 접종률 제고와 치료제 확보 등 고위험군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천 교수는 "치료제의 빠른 투여와 백신 접종 등으로 항체를 유지시켜 주는 게 엔데믹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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