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면접이 코앞인데 사방엔 '카더라' 정보만 수두룩하네."
신뢰할 수 있는 기업 분석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어느 채용 플랫폼의 광고 문구다. 회사에 들어 가고 싶은 이들이나 정당 후보로 선거에 첫 도전하는 이들이나 취준생이 막막한 건 마찬가지 현실인가 싶어 씁쓸했다. 그래도 기업의 경우는 나은 편이다. 적어도 채용 일정이나 서류 및 면접 심사의 방식과 기준, 자격 요건이나 우대 사항을 공개하고 있으니 말이다. 각종 채용 플랫폼에서 연봉이나 복지 정책, 입사자의 내부 평가까지 비교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만큼 더 나은 인재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채용 기준을 만들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둔 정당도 앞다퉈 기회의 문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방의원의 30% 이상을 여성과 청년 후보로 공천하겠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기초 자격 평가를 만들었다. 시험 점수를 평가에 반영해 공천이 인맥에 좌우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로 정치에 첫 도전장을 내미는 '젊치인(젊은 정치인)'이 겪는 현실은 다르다. 기업의 채용 공고에 해당하는 공천의 방식과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지 않아 내가 사는 지역에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후보자를 결정하는지 뉴스 기사를 통해서 짐작해야 하는 실정이다.
만약 내가 이번 선거에 도전하고 싶은 정치 신인이라고 가정해 보자. 채용 공고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일 것이다. 서류와 면접 심사 등의 절차가 있다면 그 일정과 선발 방식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고 누구나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어야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정당은 구체적인 공천 일정과 방식을 각 시도당에서 결정하게 하고 있다. 시도당의 공천 기준은 홈페이지 등에 업데이트되지 않기 때문에 개별 문의하거나 지역 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통해 알아서 파악할 수밖에 없다.
정당에서 청년 공천을 약속했으니 접수만 잘하면 별도의 절차가 진행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중앙에서 청년 후보를 일정 비율 이상 공천해야 한다는 방향을 세웠어도 실질적으로 공천 심사를 하는 시도당에서는 이 비율을 충족해야 할 의무가 없다. 실제로 정당의 공식 발표, 기사나 공문 등을 어렵게 수집해 채용 공고를 만들어 봤더니 전국의 17개 시도에서 공천 일정과 기준, 방식을 확정한 지역은 거대 양당 기준 더불어민주당에 7개, 국민의힘에 1개 지역에 불과했다. 선거가 50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정당에는 왜 인사팀이 없을까. 우리 조직에 맞는 인재상을 세우고 새로운 인물이 유입되어 정당 내에서 성장하고 필요한 교육을 받고 기회를 얻도록 하는 체계가 없다. 선거 때마다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실제로는 당에 이미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는지 전국적인 인재풀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젊치인의 기회를 늘리겠다는 구호는 이미지 쇄신을 위한 간편한 도구로 보일 뿐이다. 새로운 인물을 요청하지만 막상 신인들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어떤 사람이 정치를 마음먹을 수 있을까.
기업들은 더 나은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조직 문화를 정비하고 체계적인 복지 제도를 만들고 얼마나 많은 성장 기회가 보장되어 있는지를 더 잘 드러내기 위해서 고민한다. 조직 문화 브랜딩이나 채용 브랜딩과 같은 전문 분야도 생겼다. 정당만은 '정치는 그런 게 아니다'라는 말로 누구도 이 시스템을 손 보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남는 건 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열었지만 만족스러운 인물이 없었다는 게으른 후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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