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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폭행· 학대의 10년

입력
2022.05.06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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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여성 납치

납치된 세 여성이 약 10년간 갇혀 지낸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범인의 집. 위키피디아

납치된 세 여성이 약 10년간 갇혀 지낸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범인의 집. 위키피디아

2013년 5월 6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한 주민이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벌이던 중 여성의 비명을 듣는다. 이웃집 잠긴 문틈을 통해 흘러나온, '경찰을 불러달라'는 호소였다. 그 주민은 문을 부수고 갇혀 있던 여성 셋과 만 6세 소녀를 구출했다. 2002~2004년 잇달아 실종된 이들이었고, 그 집 주인은 지역 교육구 스쿨버스를 운전하다 잦은 신호위반과 품행 불량으로 해고된 만 52세 남성 아리엘 카스트로(Ariel Castro)였다.

미셸 나이트(당시 만 21세)는 2002년 8월 사촌을 만나러 갔다가 귀가하던 중 실종됐고, 아만다 베리(당시 16세)는 2003년 4월 햄버거 가게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동생에게 전화로 귀가한다고 연락한 뒤 종적이 끊겼고, 만 14였던 지나 디에이서스는 2004년 4월, 방과후 귀가하다 사라졌다. 경찰은 목격자 없는 연쇄 실종사건에 속수무책이었고, 허위 신고 등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카스트로의 집은 실종 현장에서 불과 10k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10년 세월은 여성들에게 지옥이었다. 카스트로는 재갈까지 물린 채 여성들을 지하실에 감금해 두고 수시로 강간하고 폭행했다. 하루 한 끼 제공하던 밥도 예사로 굶겼고, 샤워는 2주일에 한 번꼴로 하게 했다. 한 여성은 최소 5차례 임신했다가 모두 폭행당해 유산했다. 6세 소녀는 베리가 강간으로 임신해 낳은 아이였다.

그날 범인은 이중문 중 안쪽 문을 열어 둔 채 외출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베리는 용기를 냈다. 전에도 열린 문을 통해 도움을 청하려다 발각당해 폭행당한 적이 있었다.

당일 체포된 카스트로는 다중 납치와 강간 등 혐의로 기소돼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추가 1,000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약 한 달 뒤 감옥에서 자살했다.

집은 법원 명령으로 8월 철거됐다. 철거 당일 나이트는 구경 나온 시민들에게 실종 아동을 상징하는 노란 풍선을 나눠줬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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