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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표차로 쪼개진 성남… 누구도 장담 못하는 '반반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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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표차로 쪼개진 성남… 누구도 장담 못하는 '반반 민심'

입력
2022.05.03 16: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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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를 가다> ①경기 성남시
12년간 민주당 시장, 이번엔 달라진 표심
수정·중원구 민주당, 분당구는 국힘 우세
원도심-신도심 나뉘어 '두 동강' 난 민심
신상진 "부정부패 일소", 4선 경험 강조
배국환 "경제 전문가", 38년 공직 어필

신상진 국민의힘 성남시장 후보가 2일 중원구 남한산성입구역에서 출근길 시민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성남=배우한 기자

신상진 국민의힘 성남시장 후보가 2일 중원구 남한산성입구역에서 출근길 시민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성남=배우한 기자


“그냥 찍던 데 찍을 거 같은데.”
“에이, 뭐 나아진 것도 없는데.”

2일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기름집 골목에서 마주친 두 중년 여성에게 성남시장 선거 얘기를 꺼냈다. 아직 선거가 한 달 남은 탓에, 대답을 주저하던 이들에게선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왔다. 가게 주인은 “이번에 누가 나오는지도 모른다”며 그만 가라고 손을 내저었다. 근처에서 빨래방을 운영하는 조모(39)씨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던 과거 성남과 달리 은수미 시장이 재임한 최근 4년은 보수가 없고 진보만 추구해온 느낌”이라며 “주변을 봐도 아예 양쪽으로 나뉘어, 가운데서 저울질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0.01%P 초박빙…지방선거 최대 승부처

배국환 더불어민주당 성남시장 후보가 2일 분당구 정자동 백궁교 위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남=배우한 기자

배국환 더불어민주당 성남시장 후보가 2일 분당구 정자동 백궁교 위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남=배우한 기자

한나라당 이대엽 시장(2002~2010년 재임)이 물러난 뒤, 성남은 12년 동안 민주당의 땅이었다. 이재명 시장(현 민주당 고문)이 8년간 이곳에서 연임했고, 2018년 선거에선 은수미 시장이 57.64% 득표율로 박정오 자유한국당 후보(31.17%)를 압도했다. 은 시장은 원도심 지역인 중원구(득표율 60.25%) 수정구(59.64%)는 물론이고, 보수표가 많았던 분당구(55.69%)에서도 압승을 따냈다.

당시 기세로만 본다면 '성남=민주당'의 공식이 계속 이어질 것처럼 보였다. 특히나 이곳은 이재명 고문이 변호사 활동과 시민운동에 이어 시장까지 역임한 지역, 말 그대로 그의 '정치적 고향'이다.

그랬던 성남의 민심이 최근 급변했다. 올해 3월 대통령 선거 성남시 개표 결과 이 고문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불과 75표, 득표율로 0.01%포인트 차이의 신승을 거뒀다. 더 이상 성남은 민주당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곳이 됐다.

원도심과 신도심, ‘두 동강’ 난 성남 유권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성남의 민심을 구 단위, 동 단위로 들어가 미시 분석해 보면 이 지역 표심에 큼지막한 금이 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성남의 구(일반구)는 수정·중원·분당구 총 3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북부 원도심과, 국민의힘에 우호적인 남부 신도심의 표심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전체 50개동 가운데 수정구(17개동)와 중원구(11개동)는 원도심, 분당구(22개동)는 신도심으로 분류된다. 선거인 수는 수정구(20만9,769명)와 중원구(19만2,299명)를 합쳐 40만2,068명으로 분당구(40만7,386명)와 거의 같다.

2018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수정구 고등동과 시흥동 두 곳을 제외한 48개동에서 승리하며 압승을 거뒀다. 이후 민주당 승리지역은 2020년 총선에서 40개동으로 줄었고, 2022년 대선에서는 전체의 절반인 24개동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4년 만에 승리 지역이 반 토막 난 셈.

그 와중에도 중원구 11개동은 4년간 3차례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며 보수정당의 우위를 한 번도 허락하지 않았다. 중원구 한 노점상에서 떡을 파는 70대 여성은 “그동안 잘 살게 해줬으니 난 (지지정당을) 안 바꾼다”며 “이번에 나온 김동연(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도 함께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민심에 요동치는 표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5일 경기 성남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5일 경기 성남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큰 변화가 없던 수정·중원구와 달리 4년간 표의 중심 이동이 컸던 곳은 바로 분당구다. 이번 대선에서 22개동 가운데 야탑3동을 제외한 21개동 유권자들이 윤 당선인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같은 성남 안에서 동네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 나뉘는 대립구도가 고착화된 셈이다. 정자역 근처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과거 12년(민주당 출신 시장)보다 앞으로 5년(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가 훨씬 크다”고 단언했다.

분당구 표심 변화에는 부동산이 상당한 변수로 작용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수년간 성남에서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잇따랐지만, 주민 만족도는 지역마다 달랐다. 김무현 한국유권자중앙회 성남지회장은 “부동산 가격과 먹고사는 문제로 유권자의 표심이 바뀐다”면서 “분당구는 개발 수혜를 누린 사람들이 많은 반면 수정구와 중원구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 보니 표심이 대선 때보다 더 옮겨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신상진 ‘지상전’ vs 배국환 ‘공중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월 5일 성남 서현역 로데오거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월 5일 성남 서현역 로데오거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한 양대 정당 후보들은 이처럼 양쪽으로 고착화한 민심을 자기 쪽으로 당겨와야 하는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두 정당 후보는 자기 당이 이번 대선에서 부진했던 지역을 첫 번째 공략 지점으로 택하며, 상대방 표를 끌어오려는 정면 공격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당내 경선을 통과한 신상진 국민의힘 후보는 2일 중원구 남한산성입구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표심을 공략했다. 중원구에서 4선(17~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경험과 능력, 스킨십을 앞세워 밑바닥 정서를 파고들겠다는 각오다. 신 후보는 기자와 만나 “대장동게이트를 비롯한 부패의혹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4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구설 없이 깨끗하게 정치한 제가 성남의 부정부패를 일소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 시장 12년 동안 견제 없는 공무원들의 끼리끼리 행정으로 시민과의 소통이 크게 부족했다”면서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저만이 성남의 복잡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 후보에 맞서는 배국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같은 날 분당구 파크뷰 백궁교 앞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행사에는 성남지역 민주당 현역의원 3명과 예비후보 경쟁자 6명이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기획재정부 2차관, 인천 부시장, 감사원 감사위원 등 34년간 공직생활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주민들의 낮은 인지도를 의식한 듯 “이곳은 18년간 살았던 삶의 터전”이라며 “경제 전문가로서 경험과 지식을 바쳐 전임 시장들의 성과를 뛰어넘겠다”고 밝혔다. 또 같은 경제기획원(EPB) 출신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를 거론하며 “우리 둘이 손잡고 성남을 1등 도시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남은 이번 지방선거 리트머스지

김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각각 수원 영통구와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책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뉴시스

김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각각 수원 영통구와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책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뉴시스

이번 성남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측이 가장 집중적으로 걸고 넘어질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대장동 개발 문제다. 대장동 사건이 터진 뒤 두 번째 선거를 맞는 대장동의 민심은 어떨까? 이곳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아무래도 민주당에 대해서는 좋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뭐가 달라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대장동 아파트에 사는 40대 남성은 “진보정당을 지지한다”면서 “이 동네가 살기 좋은데 정치적 문제가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성남은 경기 전체 면적의 1.3%에 불과하지만 '12년 만에 표심이 꿈틀대는 이재명의 본진'이라는 점에서 경기지사 선거 못지않은 관심이 쏠린 지역이다. 여기에 경기지사 선거에 나간 김은혜 전 의원 지역구인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져 성남 선거는 판 자체가 훨씬 커졌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대선의 연장전이나 마찬가지인 지방선거에서 ‘이재명의 텃밭’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윤석열 정부에 미치는 정치적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남=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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