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에서 낙태권 옹호 후보 뽑아 달라" 호소
보수 우위인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단(낙태) 권리를 보장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사건’ 판결을 무효화하기로 결정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여성의 선택권은 근본적 권리”라며 낙태권 옹호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 성명을 통해 “‘로 대 웨이드’ 판결은 50년 가까이 이 땅의 법이었다”며 “법의 기본적인 공정함과 안정성 측면에서 뒤집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삼권분립이 엄격한 미국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미국에서 낙태권 찬반 논쟁이 첨예하다는 방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텍사스주(州)를 비롯해 여성의 출산권을 제한하려는 입법 시도 이후 연방 정부 차원에서 낙태 및 출산권을 향한 공격에 대응할 선택지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며 “어떤 결정이 내려진다면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다면, 모든 선출직 공직자는 여성의 권리를 지켜야만 한다”며 “유권자들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이를 옹호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낙태권을 성문화하기 위해 우리는 상ㆍ하원에 더 많은 의원이 필요하다”며 “(선택권을 보장하는) 법안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연방대법원이 ‘로 대(對) 웨이드 사건’ 판례를 뒤집기로 했다면서 98쪽짜리 다수 의견 판결문 초안을 입수해 공개했다. ‘로 대 웨이드’ 판례는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 가능한 임신 24주를 기준으로 그 이전까지는 낙태를 허용, 여성의 낙태에 대한 헌법상 권리를 확립한 기념비적 판결이다.
초안이 최종 판결은 아니지만, 여성들은 반세기 동안 헌법으로 보장받았던 낙태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연방대법원이 초안대로 판결할 경우 각 주는 개별적으로 낙태 관련 법안을 제정해야 하는데, 현재 공화당이 장악한 24개 주에서 낙태를 사실상 불법화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낙태 문제는 미국에서 이념 성향을 판가름하는 척도로 여겨질 정도로 진보와 보수 간 입장 차이가 크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공동 성명을 내고 “근현대사에서 가장 파괴적 판결 중 하나”라며 “수많은 여성들이 신체의 자율성과 헌법상 권리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반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사법 독립과 법치주의 수호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초안 유출 경위를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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