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영화 '패터슨'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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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집, 회사, 집, 회사, 가끔 친구들 모임, 가끔 취미 활동… 매일 쳇바퀴같이 반복되는 삶이 지겨워요. 일상에 특별함이 없는 게 싫어요. 아침 9시까지 출근하고 저녁 6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10년 넘게 지속하고 있어요. 업무도 인간관계도 다 잘 적응했고 안정적이에요. 하지만 새로움이 없다 보니 이젠 다 지긋지긋해요. 박가현(가명·34·직장인)
A. 요즘 '인생 노잼(재미가 없다는 뜻의 조어) 시기'라는 말이 유행이죠. 특히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해외여행과 각종 모임 등 우리 일상을 역동적으로 만들어 줬던 요소들이 제한되면서 더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이번주 추천 콘텐츠는 짐 자무쉬 감독의 2016년 영화 '패터슨'입니다. 이 영화는 시를 사랑하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이 아내 로라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담아내는데요.
패터슨의 일상은 크게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6시쯤 일어나 시리얼로 아침을 먹고 출근합니다. 동료와 인사를 나눈 후 23번 버스를 운행하고 퇴근하면 반려견과 동네 산책을 한 뒤 단골 술집에 들러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돌아와 잠에 들죠.
누군가는 그 반복을 지루하고 시시해 보인다고 여기겠지만 패터슨은 그 반복의 틈 사이로 자신만의 시간을 새롭게 만들어냅니다. 비결은 그가 쓰는 시입니다. 그의 비밀 노트에는 자신이 매일 마주하는 일상의 풍경이 시로 기록돼 있는데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일상도 시 안에서는 거대한 사건입니다.
매일 똑같은 하루하루지만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요소를 자세히 바라보고 그 의미를 찾는다면, 모든 것이 그대로여도 우리의 하루는 어제와 다를 것입니다.
아내 로라의 삶이 그렇습니다. 그는 직장 없이 주로 집안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데요. 그렇지만 그 누구보다 생기 있는 일상을 살아갑니다. 가수의 꿈을 키우기 위해 기타 연습을 하고, 마을 행사에서 간식을 팔 생각에 며칠 동안 들떠 있고, 집의 인테리어를 조금씩 바꾸기도 합니다. 로라의 생활은 매일이 기대와 열정으로 가득합니다.
짐 자무쉬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시에서의 반복과 변주를 사랑한다. 우리의 매일도 그 전날의 약간의 변주와도 같다."
이렇듯 우리의 삶도 곧 시와 같습니다. 하루하루 그냥 보내지 마시고, 그 하루를 구성하는 크고 작은 것에 의미를 부여해보면 어떨까요. 어제와 다른 오늘에 기꺼이 즐거움을 느끼는 것. 그럴 때 비로소 삶은 예술이 되는 것 같습니다.
조금 심심한 듯하지만 끊임없이 변주를 주는 이 영화를 한 번 보세요. 자주 잊어버리지만 실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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