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감 높을수록 계속 거주 의향
비수도권 거주자 상대적으로 낮아
인구 유출 막기 위해 고민할 필요
각 지역의 단체장과 지역의원, 그리고 교육감을 선출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선거 구도 분석이나 승패 예측 대신,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이하는 지방선거의 본질적인 의미를 고민해보았다. 지방선거의 기본단위인 ‘지역’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리고 지방자치제도는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한국리서치 정한울 전문위원, 고려대 정치연구소 이양호 선임연구위원, 국회입법조사처 이정진 입법조사연구관이 공동 연구를 진행해 2018년 5월 발표한 보고서 <흔들리는 지역경제… ‘6ㆍ13’ 어떤 표심 보일까>의 분석틀을 활용, 4월 22~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하였다.
지역소속감, 대한민국 88%, 광역시도 70%, 시군구 65%, 읍면동 63%
이번 조사에서, 우리 국민 열 명 중 예닐곱 명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소속감을 갖고 있었다. 현재 살고 있는 광역시도 지역의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70%(매우 강하다 18%, 약간 있다 52%)였으며, 기초 시군구 지역 소속감은 65%(매우 강하다 17%, 약간 있다 48%), 읍면동 지역 소속감은 63%(매우 강하다 16%, 약간 있다 47%)이었다. 2018년 조사 결과와 비교해도,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소속감은 큰 차이 없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역소속감 높을수록 개인 행복감과 우리사회 만족도 높아
광역시도를 기준으로 할 때,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소속감은 개개인의 삶의 행복감, 그리고 우리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와 유의미한 관계가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또한 2018년 조사에 이어 이번 조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 결과이다. 살고 있는 광역시도에 소속감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삶의 행복도 점수를 6.0점(10점 만점)으로 평가한 반면, 소속감이 없는 사람이 평가한 자신의 삶의 행복도는 이보다 낮은 5.3점이었다. 우리사회 전반적인 만족도 또한 차이를 보였는데, 지역소속감이 있는 사람이 평가한 우리사회 전반적 만족도는 5.6점으로 소속감이 없는 사람의 평가(4.9점)보다 높았다.
지역소속감 높을수록 현 지역 계속 거주 의향 높아
또한 지역소속감은 현 지역에서 계속 거주하고 싶은 의향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번 조사에서 10명 중 4명(42%)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시·도지역에서 앞으로도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 이를 거주권역과 지역소속감에 따라 나눠 보면, 수도권 거주자 중 살고 있는 광역시도에 소속감이 있는 사람은 51%가, 소속감이 없는 사람은 39%가 지금 살고 있는 시·도지역에서 앞으로도 계속 거주하고 싶다고 답했다. 비수도권 거주자에서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지는데, 지역소속감이 있는 사람은 44%가, 소속감이 없는 사람은 22%만이 지금 살고 있는 시·도지역에서 앞으로도 계속 거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인구유출 문제가 대다수 비수도권 자치단체의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지역 주민의 지역소속감을 높이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역소속감, 지방선거 관심도 및 단체장·지방의원 신뢰도와도 연결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소속감은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과 참여로 이어진다. 지역소속감이 있는 사람 중 74%가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고, 84%가 지방선거에서 투표를 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지역소속감이 없는 사람 중에서는 65%만이 선거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고, 76%가 투표를 하겠다고 답했다. 10%포인트 이상의 차이다.
2018년에 이어, 지방선거로 선출된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에 대한 신뢰도에서도 지역소속감에 따른 차이가 확인되었다. 살고 있는 광역시도에 소속감이 있는 사람이 답한 지방자치단체장(광역시장·도지사·구청장·시장)에 대한 신뢰도 점수는 10점 만점에 평균 4.8점으로 보통 수준이었다. 반면 소속감이 없는 사람의 평균점수는 이보다 1.2점 낮은 3.6점으로, 확연히 낮은 신뢰도를 보였다. 지방의회 의원(도의원·시의원·구의원)에 대한 신뢰도 역시 마찬가지인데, 지역소속감이 있는 사람의 신뢰도(4.2점)가 지역소속감이 없는 사람의 신뢰도(3.0점)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높은 지역소속감은 지방자치에 대한 높은 신뢰로 이어진다. 신뢰자본은 시민 참여를 높이고, 사회갈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높은 지역소속감은 민주주의 및 사회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제도, 지역소속감 강화에 큰 역할 하지 못해
높은 지역소속감은 이처럼 여러 긍정적인 연쇄효과로 이어지는데, 그동안 일곱 번의 전국선거로 자리 잡은 지방자치제도는 지역소속감에 얼마나 기여를 했을까?
이번 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착이 커졌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지방자치제 이후 행정이 더 투명해지고 잘하는 것 같다는 응답도 36%에 머물렀고, 지방자치제 이후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응답 역시 46%로 과반을 넘지 못했다. 2018년 조사 결과와 비슷한 수준으로, 4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제도의 효용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방정부와 의회 문제해결 능력 불신, 지방자치제도 부정적 인식의 한 원인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는 지역 일꾼을 자처하고 있으나, 정작 이들이 지역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은 뜨뜻미지근한 수준이다. 지방자치제도 효용성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한 원인이다.
일자리, 자연환경, 교육환경 등 10가지 영역을 제시하고, 현 지역에서의 만족도 수준과 새로 선출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이를 개선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현 지역에서의 만족도 수준은 영역별로 편차가 컸다. 기초생활 서비스 접근성, 교통체계 편리성, 의료복지 서비스, 사회안전망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했으나, 임금 수준·노동 조건 등 지역 일자리(22%), 공연·전시·체육시설 등 지역 문화여가시설(36%)에 대한 만족도는 낮았다.
한편,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지역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모든 영역에서 50%를 넘지 못했다. 낮은 만족도를 보였던 지역 일자리 문제, 지역 문화여가시설 문제에 대해서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각각 37%, 43%에 그쳤다.
지방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가 강조되는 오늘날, 지역 주민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는 지방자치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지방선거가 지방자치 실현 및 지역 주민의 소속감을 높이는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점검이 필요하다. 새로운 대통령 취임 후 3주 뒤에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국정안정론이나 정권심판론 같은 중앙정치 차원에서의 프레임이 주도하는, 박빙으로 끝난 지난 대선의 연장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유권자는 이번에도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이동한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 속의 여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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