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과 함께 지난 대선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 사건이 어정쩡하게 마무리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끝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 채 손준성 검사 등 일부 피의자의 범죄에 대한 법적 책임만 물었다. 최대 관심사였던 고발장 작성자는 특정하지 못했다. 대선 직전 답답했던 수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결론인데 수사 종결까지 왜 8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수처는 손 검사를 공무상 비밀누설과 공직선거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수사를 종결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을 저격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야당에 전달한 사실이 선거범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한 사실까지 확인했으나, 고발장 작성자는 물론 최 의원 고발장과의 연관성은 끝내 밝히지 못했다. 고발장 중간 전달 과정이 제보자 조성은씨의 폭로로 언론에 공개된 점을 감안하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실패한 셈이다.
손 검사에 대한 구속ㆍ체포 영장이 잇따라 기각될 때부터 결론은 어느 정도 예견된 바였다. 고발장 작성자를 규명하지 못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고발장 작성의 배후라는 의혹에는 접근도 못 했다. 공수처는 보완 수사 등의 이유로 발표가 늦어졌다고 해명하지만 늑장 결론과 정치적 고려의 연관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손 검사조차 불기소하라는 공소심의위 권고와 달리 불구속 기소로 결론을 낸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공수처의 수사력 부족 문제는 고발사주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폐지를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공수처가 이번 사건을 통해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실제 조직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부족한 수사력 강화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처리 원칙을 우선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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