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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을 당했다… 피해자는 되레 범죄자로 몰렸다 [몰아보기 연구소]

입력
2022.05.06 1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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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미니시리즈 '믿을 수 없는 이야기'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금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마리는 성폭행 피해자다. 하지만 경찰은 물증을 찾을 수 없다며 수사를 접고, 오히려 마리가 허위신고를 했다고 의심한다. 넷플릭스 제공

마리는 성폭행 피해자다. 하지만 경찰은 물증을 찾을 수 없다며 수사를 접고, 오히려 마리가 허위신고를 했다고 의심한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바로 보기 | 8부작 | 18세 이상

범죄 피해자가 됐다. 경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수사를 접으려 한다.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더해지고 허위신고라는 주장이 나온다. 순식간에 피해자에서 범죄자로 몰린다. 2008년 미국 워싱턴주 린우드에 살던 10대 소녀 마리(케이틀린 디버)가 처한 상황이다.

①피해자는 문제아... 물증이 거의 없다

카렌(왼쪽)과 그레이스는 미국 콜로라도주 경찰이다. 둘은 각기 다른 소도시 경찰서 소속으로 연쇄성폭행범을 함께 추격한다. 넷플릭스 제공

카렌(왼쪽)과 그레이스는 미국 콜로라도주 경찰이다. 둘은 각기 다른 소도시 경찰서 소속으로 연쇄성폭행범을 함께 추격한다. 넷플릭스 제공

마리는 사회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가 성폭행을 당한다. 마스크를 쓴 남자의 신원은 알 수 없다. 경찰에 신고를 한다. 경찰은 숙소 침입 흔적을 찾기 힘든 데다 별다른 물증이 없어 수사를 포기하려 한다. 마리의 옛 위탁모는 형사 파커(에릭 레인지)에게 예사롭지 않은 정보를 준다. 마리가 어린 시절 주변 관심을 끌기 위해 일을 부풀려 말하는 성향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성폭행 사건 수사는 엉뚱한 방향으로 향한다. 파커는 마리가 허위신고를 했을 것이라 단정한다. 마리의 사건은 철없는 비행청소년의 허위신고로 언론에 보도된다. 마리의 이름과 사진이 노출된다. 마리에게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경찰은 마리에게 허위신고에 대해 처벌하겠다고 고지한다.

②집념의 여자 형사 둘

카렌은 성폭행범을 쫓으나 매번 벽에 부딪힌다. 경찰 내부 관할 다툼이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다. 넷플릭스 제공

카렌은 성폭행범을 쫓으나 매번 벽에 부딪힌다. 경찰 내부 관할 다툼이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다. 넷플릭스 제공

마리의 삶은 진창으로 빠져든다. 온전한 사회생활을 할 수 없고, 기소 위기에 처한다. 감당하기 힘든 벌금을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시간은 흘러 2011년. 콜로라도주 골든의 여자 형사 카렌(메리트 웨버)은 성폭행 사건을 수사한다. 인근 웨스트민스터 경찰서에서도 비슷한 사건 사례가 있음을 알아챈다. 여자 형사 그레이스(토니 콜레트)에게 연락을 취한다. 카렌과 그레이스는 비공식적으로 공조 체제를 구축한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연쇄성폭행범을 쫓고 있다고 직감한다. 정보 공유가 잘 되지 않는 경찰조직의 맹점을 악용해 다른 장소에서 범죄를 저질러 왔음을 알아챈다. 범인이 경찰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두고 수사를 한다.

③억울함은 어떻게 풀리는가

그레이스 등 여자 형사들의 집념 어린 수사는 결국 연쇄성폭행범에 대한 주요 단서를 찾게 한다. 넷플릭스 제공

그레이스 등 여자 형사들의 집념 어린 수사는 결국 연쇄성폭행범에 대한 주요 단서를 찾게 한다. 넷플릭스 제공

카렌과 그레이스의 수사는 난관에 부딪히고는 한다. 경찰 내부의 높고 단단한 칸막이 앞에서 좌절하고는 한다. 관할을 두고 벌이는 신경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경찰을 용의자로 보았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드라마는 카렌과 그레이스의 집념 어린 수사, 피해자에서 범죄자로 전락한 마리의 곤경을 병치시키며 이야기를 전진시킨다. 카렌과 그레이스는 결국 돌파구를 찾아낸다. 연쇄성폭행범을 찾아내고 물증까지 확보한다. 그들이 찾아낸 하드디스크에는 피해자들 사진이 가득하다. 마리의 사진이 포함돼 있다. 반전의 시간이 기다린다. ‘믿을 수 없는(Unbelievable·이 드라마의 원제다)’ 일을 당한 마리는 범죄자에서 피해자로 위치가 바뀔 수 있을까.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2015년 기사를 토대로 제작됐다. 드라마에서 묘사된 연쇄성폭행범은 징역 327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드라마는 성폭행 피해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여러 남자 경찰에게 피해 진술을 되풀이해야 하는 곤혹스런 상황, 증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 거짓말쟁이로 몰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등을 전한다. 결말부에서 마리는 지붕이 없는 SUV 차량을 운전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마리의 억울하고 답답한 처지를 절감하기에 청량감이 느껴진다. 미국 소도시 경찰로 변신한 메리트 웨버의 연기가 드라마를 보는 내내 눈길을 잡기도 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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