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착용 의무화 1년 범칙금 부과 유명무실
10명 중 6명 이상이 "헬멧 없이 킥보드 탄다"
현실적 제약 들어 "업체가 제공해야" 주장 제기
업체들은 "분실 예방, 위생 처리 쉽지 않아" 난색
지난해 5월부터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서 전동킥보드 이용자에게 안전모 착용 의무가 부과됐지만 법 시행 1년이 지난 지금도 대다수가 헬멧 없이 킥보드를 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범칙금 부담에 안전사고 속출로 보호장구가 필수적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용자에게만 안전모 준비를 요구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공유 킥보드 업체가 안전모 구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5일 한국소비자교육원에 따르면 교육원이 지난해 10월 13~30일 수도권에 사는 공유 킥보드 이용 경험자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킥보드를 탈 때 안전모를 쓴다고 응답한 비율은 37.3%에 불과했다. 안전모 없는 전동킥보드 탑승은 범칙금 2만 원 부과 대상이다.
이용자 사이에선 공유 킥보드 서비스 업체가 헬멧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킥보드 이용자 대부분이 공유 킥보드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헬멧 착용이 법적 의무 사항이 됐으니 업체가 책임을 분담하는 게 온당하다는 논리다.
심야시간대에 공유 킥보드를 자주 이용한다는 직장인 이모(32)씨는 "귀가 택시가 잡히지 않을 때 간헐적으로 킥보드를 타는 거라서 매일 헬멧을 들고 다닐 수는 없지 않겠냐"며 "렌터카에 안전벨트가 달려있는 것처럼 업체가 킥보드에 헬멧을 비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김모씨 또한 "안전모를 쓰면 좋겠지만 따로 갖고 다니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은 안전모 소재를 추적할 수 있는 '스마트락' 시스템을 도입해 킥보드에 안전모를 비치하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다. 한국소비자교육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공유 킥보드 업체 20개 중 6곳(30%)만 전동킥보드에 안전모를 비치하고 있었다.
업체들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A업체는 스마트락 같은 보안 시스템 없이 안전모를 제공했다가 분실 문제를 겪어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서비스 중인 전동킥보드에 안전모를 모두 비치했으나 분실률이 80%에 달했다"며 "안전모를 주기적으로 회수해 위생 처리를 하는 일에도 비용과 인력이 따르기 때문에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동킥보드는 속도가 시속 20㎞ 이상이고 무게 중심이 높아 머리를 다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안전모 착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안전모 구비는 이용자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공유 킥보드 업체에서 적극 구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용자가 위생 문제나 번거로움 등을 이유로 안전모 착용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단속도 강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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