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인터뷰]
"계층 사다리 복원, 도시 경쟁력 올려야"
"택시 공급 늘리고 올빼미 버스도 확충"
"전장연 시위 공감하지만 이젠 멈출 때"
"송영길은 정부와 싸우는 정치 시장 될 것"
머뭇거림 없는 오세훈 특유의 달변은 여전했다. 하지만 절실함이 더해졌다. 서울시 현안에 대한 나름의 진단과 해법을 거침없이 풀어낸 뒤, 서울의 일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생각의 그물망을 촘촘하게 펼쳐 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제가 물러나 있던 지난 10년간 서울시가 많이 망가졌다”고 단언했다. 그래서 '앞으로 5년’ 동안 바꿔 갈 서울의 모습을 밑천으로 지난해 보궐선거를 치렀고, 당선 이후 1년간 그 기반을 단단하게 다졌다고 했다.
1년 만에 다시 선거를 앞둔 그는 자신의 '인생'까지 입에 올리며 단단한 각오를 털어 놓았다. 오 시장은 “계층 이동 사다리를 복원하고 글로벌 톱5의 서울시를 만드는 게 제 인생의 목표”라며 “앞으로 4년을 정말 뼈가 가루가 되도록 뛸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서울의 10년 청사진인 ‘비전 2030’을 완수해야 약속을 지키고 시민들께 진 빚(2011년 중도 사퇴)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차기 대통령 선거는 저의 우선 순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6·1 지방선거에서 맞붙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실패한 인천시장”이라고 규정한 뒤 “협치를 외면하고 윤석열 정부와 싸우는 정치 시장이 되려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오 시장과의 일문일답이다.
_왜 오세훈을 서울시장으로 다시 뽑아야 하나.
“1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사실 많지 않다. 그래서 5년 계획을 세우고 10년 후 서울의 목표인 ‘비전 2030’을 만들었다. 무너진 계층 이동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기간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자산과 소득 격차가 역대 최대로 커졌다. 간격을 좁히고 ‘나도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 ‘우리 자녀 세대에는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드려야 한다. 또한 전임 시장 10년간 도시 경쟁력 지수가 땅에 떨어졌다. 일자리 창출과 연관돼 있다.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 목표는 5위다. 글로벌 선도도시로 만들겠다. 이와 함께 서울을 건강 안심도시, 매력 감성도시로 바꾸려 한다. 이제 겨우 시동 걸었다. 시장 바뀌면 다 뒤집어진다.”
_1년간 가장 아쉬웠던 점은.
“아쉬운 점 많다. 시의회 110석 중 국민의힘은 고작 6석이다. 조례 개정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 시도조차 못 했다. ‘I·SEOUL·U’(아이 서울 유)가 대표적이다.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은 브랜드가 아니어서 바꿔보고 싶었는데 손을 못 댔다. 그런 예가 한도 끝도 없다. ‘서울시 바로 세우기’도 절반의 성공이다. 이른바 서울시 관변단체들이 가져가던 위탁 수수료나 보조금을 예산 편성에서 과감히 삭감해 보냈더니 다 되살려놨다.”
_곧 선거인데 어떤 각오인가.
“‘이제 한번 정말 제대로 뛰어보고 싶다’라는 간곡한 부탁의 말씀을 드리려 한다. 정말 바꿔보고 싶은 일들을 시작조차 못 했다. 시민들이 ‘저 일을 굉장히 하고 싶을 텐데 참고 있구나’라고 이심전심으로 다 알고 계실 것이다. 일 좀 할 수 있게 정치 환경이 주어지면 좋겠다. 이번 선거에서 시의원, 구청장 선거도 함께 치른다.”
_서울에서 밤에 택시 잡기 너무 어렵다.
“택시를 택시로만 풀려면 안 된다. 그래서 심야 올빼미 버스를 70대에서 100대로 늘렸다. 자정으로 당겨 놓은 지하철 운행시간을 새벽 1시까지 연장한 것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면 교통수요 상당 부분을 감당한다. 현재 2만 대인 밤 11시~새벽 2시 택시 공급을 한 달 내 2만4,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_택시 기사가 충분한가.
“기사를 갑자기 늘릴 수는 없다. 코로나19에 적응해 배달 업계로 떠나갔던 분들이 돌아오는 시간이 걸린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그만두고 오기는 어려운 일이다.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_장애인 단체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 대책이 있나.
“그분들이 이제 서울시에 무엇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새 정부에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며 로드맵을 밝히라고 주장한다. 지하철 역사 94%에 휠체어로 이동 가능한 동선 하나씩은 다 생겼다. 나머지 6%는 의지가 아닌 기술적 문제(당초 설계)로 늦어졌다. 2024년까지 100% 완성할 계획이다. 저상버스를 2025년까지 100% 공급하겠다. 장애인 택시도 늘리고 있다. 극단적 형태의 시위 덕분에 많은 시민들이 그분들의 불편과 개선 필요성을 알게 됐다. 심정적으로 동조한다. 그러면 이 정도에서 시위를 중단하고 지켜볼 때다. 계속해서 출근길에 지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생긴다면 그분들께 돌아갔던 마음이 다시 딴 데로 가고, 오히려 분노로 바뀔 수 있다.”
_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평가한다면.
“인천에서 실패한 시장이다. 빚이 9조 원에서 13조 원으로 불어났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인천시 경영에 실패했다. 오세훈 시장이 아닌 윤석열 정부와 싸우겠다고 한다. 만약 서울시 경영을 맡게 된다면 정치 시장이 될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중앙정부와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중앙정부와 엇박자로 가겠다고 한다. 협치를 안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_오 시장은 무엇이 다른가.
“송 후보는 국회의원 5선, 인천시장, 당대표까지 패배가 없었다. 저처럼 한 10년 쉬어 본, 한마디로 인생에서 굴곡의 역사가 없다. 가장 크게 비교되는 점이다. 승승장구한 사람과 10년 정도 좌절을 해본 사람은 일을 바라보는 관점,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그런 경험이 그분과 저를 구분 짓는 가장 큰 경계선이라고 생각한다.”
_당선되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각될 텐데.
“선거를 앞두고 굉장히 사치스러운 생각이다. 대선은 제게 중요한 목표가 아니다.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대통령이 안 되면 어떤가. 다음에 어떤 시장이 와도 시민들께 약속 드린 ‘비전 2030’ 목표를 향해 갈 수밖에 없도록 시동을 걸고 틀을 짜고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해 놓고 나야 마음의 빚을 갚을 수 있다. 10년간 물러나 있으면서 서울시가 많이 퇴보했다. 그 빚은 갚아야 한다.”
_용산 집무실 이전으로 시민들이 불편하지는 않을까.
“정말 불이익 없도록 하겠다. 여러 번 당선인에게 확답을 들었다. 지난주 의미 있는 사례가 나왔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600여 m 떨어진 곳에 지을 38층 주상복합건물 2개동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이건 분명한 메시지다. 서울시민들의 불편은 없다.”
_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한 서울시의 역할은.
“중앙정부 정책의 절반 이상은 지방정부를 통해 실행된다. 특히 서울시가 중요하다. 저 역시 중앙정부가 절실히 필요하다. 서울시의 주택공급이나 복지정책 하나하나가 중앙정부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 준비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중앙정부에 적극 협력하고 서울시 업무에 적극 도움을 이끌어 내는 것, 이것이 앞으로 윤석열 정부와 서울시의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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