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규제완화 기대감에 따른 집값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 반전한 데 이어, 1기 신도시 아파트값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들어 대선 전까지 0.07% 상승세를 기록한 1기 신도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대선 이래 6일까지 0.39% 급등해 상승률이 무려 다섯 배 이상 치솟은 걸로 파악됐다. 서울 아파트값은 이미 5월 첫째 주 0.01% 올라 15주 만에 반등했다.
1기 신도시 아파트값 상승세는 기본적으로 규제완화를 통해 재정비를 활성화하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공약에 따른 것이다. 특히 대선 직후 집값이 꿈틀거리자 인수위가 지난달 25일 “1기 신도시 재건축사업을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한다”고 했다가 지역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오해가 있었다. 정비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게 문제였다. 이어 여ㆍ야 경기지사 후보들까지 경쟁적으로 군불을 때면서 조기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며 상승률 급등을 불렀다.
서울 아파트값 역시 비슷한 과정을 통해 상승했다. 윤 당선인 측은 그동안 도심 재건축 활성화는 물론이고, 다주택 징벌적 과세 정상화, 종부세 완화 등 일련의 규제완화 정책 의지를 표명해왔다. 그러자 가격 상승세가 강남 재건축 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재연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뒤늦게 “단기적으로 집값 하향 안정이 (정책)목표”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지만 투기억제책까지 잘못된 건 아니다. 차기 정부 부동산 정책 역시 규제완화를 통한 적극적 공급책 가동이지, 다주택이나 차익투자를 부추기는 것으로 오해돼서는 곤란하다. 되살아난 집값 상승세는 조급한 정책전환 의욕, 명확하지 않은 메시지 혼선이 부른 심각한 패착이다. 공급을 촉진하되, 다주택과 투기는 철저히 막겠다는 명확한 메시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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