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한 합의를 뒤집고 원점에서 원(院) 구성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7월 어렵게 합의한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를 놓고 여야가 다시 충돌해 후반기 원 구성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합의 파기에 대해 여러 이유를 대고 있지만 떼쓰기와 내로남불이 판을 치는 여의도의 현주소만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꼴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원 구성 협상을) 원점에서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난해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7월 여야는 상임위원장 배분을 11대 7로 나누면서 전반기 법사위원장은 민주당, 후반기는 국민의힘이 맡기로 했다. 통상 국회의장은 여당,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이 관례였으나 21대 국회 출범 뒤 민주당이 두 자리를 다 차지했다가 4·7 재보선 참패 민의를 수용해 협치 모양새를 취했던 것이다. 이를 뒤집는 것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이후에도 입법 독주를 위해 법사위 관문을 틀어쥐겠다는 뜻에 다름없다.
이를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논리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원내지도부가 바뀌었으니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임 지도부의 합의를 지키지 않는 무책임한 정당을 자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법사위원장은 원래 야당 몫이니 민주당이 맡아야 한다는 것도 내로남불의 극치다. 안정적 국정을 위해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국회 관행을 깼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야당 몫을 운운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중재안을 파기했으니 원 구성 합의를 지킬 이유가 없다는 것도 협상과 합의를 아예 포기하는 막가파식 주장이다. 중재안 합의 파기에 대해 국민의힘이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합의들을 파기할 권리가 민주당에 부여되는 게 아니다. 서로를 등쳐 먹는 사기꾼들의 세계에서나 통용될 논리다. 어쩌다가 국회가 이 정도 수준까지 추락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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