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교협2.0 등 7개 단체 공동성명
"'수요' 측 '오픈액세스 운동'을 '약탈적 저널'과 혼동"
"딸 의혹 해명,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적격"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논문 대필 의혹에 대해 한 후보자가 내놓은 해명을 교수와 대학 연구자 단체가 '궤변'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2.0)와 전국교수노동조합, 인문학협동조합 등 7개 단체는 전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우리 연구자들은 한동훈 후보자의 딸이 발표한 '논문' 의혹과 그에 관한 후보자 측의 해명에 대해 경악한다"면서 "해명이 큰 문제를 안고 있으며 궤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자 측은 앞서 "언론이 '논문'이라고 허위 과장해 언급한 글들은 '에세이, 보고서, 리뷰페이퍼' 등을 모아 올린 것"이며 "해당 '오픈액세스 저널'은 간단한 투고 절차만 거치면 바로 게재가 완료된 사이트로 한 후보자의 딸이 재학 중 작성해 온 글을 전자 문서화하기 위해 업로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문'이라는 표현이 "왜곡과 과장"이라는 주장도 했다.
연구자들은 "한 후보자의 딸이 게재한 논문이 3편이나 실린 모 전자저널은 전형적 부실 학술지로 가짜 학술지 혹은 약탈적 학술지(predatory journal)의 행태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논문 투고 과정에서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비용도 50달러에 불과하다고 선전하는 등 사실상 심사가 없거나 부실하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런 사이비성 전자저널에 실린 논문 아닌 논문이 어떻게 한 후보자 딸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지 우리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많은 의혹과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오픈액세스는 지식 사유화 반대 운동... 약탈적 저널과 달라"
아울러 한 후보자 측이 해명 과정에서 '오픈액세스 저널'을 언급하는 방식은 "무지이자 왜곡"이라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오픈액세스 운동은 대형 학술 출판사들이 전자저널 출판을 독점해 개인 연구자와 대학도서관 등에 높은 구독료를 강요함으로써 지식과 정보를 사유화하고 공공성 실현을 막는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운동이다.
'오픈액세스 저널'의 '오픈'이란, 누구나 지식과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수요 측면의 '오픈'을 의미할 뿐, 논문의 투고와 게재 절차는 여전히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아무나 작성문을 유통한다는 공급 측면의 '오픈'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오픈액세스 저널은 결코 간단한 투고 절차만 거치면 바로 기고가 완료되는 사이트가 아니다"며 "이런 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국내외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약탈적 학술지의 잘못된 행태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사이비 학술지들은 몇 년 전에 언론의 탐사보도로 크게 사회적 문제가 된 와셋(WASET), 오믹스(OMICS) 등의 가짜 학회와 다를 바 없으며, 실제 이런 학회와 학술지들이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언급한 '와셋'과 '오믹스' 등은 돈만 받으면 발표자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발표를 허락하는 '부실 학회'의 대표 사례다. 이후로도 유사한 사업을 하는 학회와 학술지는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한동훈 후보자 딸의 '논문'이 게재된 'ABC 리서치 얼럿' 등의 저널을 운영하는 '아시안 비즈니스 컨소시엄'도 연계 워크숍과 콘퍼런스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2019년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오믹스'가 개최한 학회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자 청와대와 여권은 중대한 결격 사유로 판단해 지명을 철회했다.
연구자들은 "지난 십수년간 수많은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표절 등 연구부정 행위가 드러나 낙마하거나 심지어 그런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을 수행하는 참담한 현실을 겪어 왔다"면서 "딸의 표절과 '논문' 게재 등의 의혹과 그에 대한 해명에 비춰볼 때 한동훈 후보자는 나라의 헌법과 법률을 지키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완전히 부적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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