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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 된 촬영, 불편은 주민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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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 된 촬영, 불편은 주민 몫?

입력
2022.05.1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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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부터' 측이 민폐 촬영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 그룹에이트 제공

'우리는 오늘부터' 측이 민폐 촬영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 그룹에이트 제공


촬영이 벼슬인가요?

길거리에 널려 있는 위험한 물건들과 치우지 않은 쓰레기들이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고 소음은 스트레스를 더한다. 휴식의 장소가 돼야 할 동네에서의 '민폐 촬영'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SBS 새 드라마 '우리는 오늘부터'에 대한 폭로글이 게재됐다. 게시물 작성자는 "드라마, 영화 제작사들이 지역 주민의 안전과 주거 평온을 무시하고 누군가의 동네를 본인들의 전용 촬영장으로 쓰는 일이 근절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음, 흡연자 스태프들의 담배 연기, 거리에 놓여 있는 위험한 물건들과 쓰레기 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제작사 그룹에이트 측은 해당 글과 관련해 "촬영 중 주민분들께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주변을 신경 쓰며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했지만 미흡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현재 '우리는 오늘부터'의 촬영이 끝난 상태라고 알리며 앞으로 진행될 다른 작품의 녹화와 관련해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문제는 '민폐 촬영'이 '우리는 오늘부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촬영팀에 대한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작성자는 촬영에 참여하는 이들이 자신의 동네에서 소음으로 피해를 줬으며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고 떠났다고 설명했다.

이후 '마스크걸' 측은 "불편을 겪으신 주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전했다. 또한 주민들에게 공지문을 전달하고 구두로 설명하며 촬영에 대해 안내해왔다고 주장했다. 늦은 시간에 촬영이 끝나는 경우 주민들의 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현장을 어느 정도 정리한 후 떠났다가 다음 날 오전 마무리 정비 작업을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작성자는 추가 입장문을 게재하며 공지문에 촬영 일정이 제대로 쓰여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달여간 자택에 있었는데 각 가구를 방문해서 구두로 설명하셨다는 주장과는 다르게 관련 사항에 대해서 전혀 듣지 못했다"고 했다. "(쓰레기가) 사람들이 출근하러 나갈 시간인 8시경까지도 그대로 방치됐다고 들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훨씬 더 이전에는 MBC 드라마 '시간' 측이 제작팀의 촬영 차량을 버스정류장과 개인 사유지에 불법 주차해 비판받았고 tvN '대탈출' 측은 촬영 후 남은 쓰레기 등으로 주민들에게 불편함을 안겼던 일에 대해 사과했다. 고개를 숙였던 다른 작품들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비슷한 형태의 '민폐 촬영'이 반복되면서 대중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드라마, 영화, 예능 등의 제작진이 흘린 땀방울이 K-콘텐츠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고 있으며 이들이 박수받아야 한다는 건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점이다. 다만 그 사실이 누군가에게 주는 피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가 되진 않는다. 늦은 시간 소음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 것, 바닥에 놓인 물건들로 위험에 처하게 하지 않는 것 등은 큰 이득 없이도 기꺼이 동네 한편을 내어준 주민들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배려다.

촬영은 벼슬이 아니다. 더욱 많은 국민들이 K-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려면 제작진이 그에 맞는 품격을 먼저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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