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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의 '5월 안디잔'

입력
2022.05.1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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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 안디잔 학살

2005년 '안디잔 학살' 희생자 시신 앞에서 기도하는 우즈베키스탄 안디잔 시민들. rferl.org

2005년 '안디잔 학살' 희생자 시신 앞에서 기도하는 우즈베키스탄 안디잔 시민들. rferl.org

중앙아시아 자원 부국 우즈베키스탄은 1991년 소비에트 해체·독립 이후 지금까지 딱 한 번, 2016년 정권이 교체됐다. 소비에트 체제 공산당 서기장 이슬람 카리모프(Islom Karimov, 1938~2016)가 1991년 말 선거로 당선된 뒤 세 차례, 3선 연임을 금지한 헌법까지 고쳐 90% 넘는 득표율로 연임했기 때문이다. 2016년 그가 뇌출혈로 사망했고, 부통령이던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 1957~)가 선거로 집권했다.

25년을 집권하는 동안 카리모프는 살벌한 권위주의 철권 통치로 소비에트 해체 이후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난 이른바 '색깔 혁명(colored revolution)'의 기운을 차단하며 표면적 정치 안정과 자원 수출을 통한 경제 안정을 이루었다. 대신 수많은 정치인과 언론인, 인권 운동가들이 투옥되고 고문당했고, 권력형 부패와 빈부격차가 심화했다. 인권 탄압의 주된 명분은 국내외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조직 진압이었다.

2005년 5월 13일 우즈베키스탄 동부 안디잔(Andijan)주 주도 안디잔에서 대규모 학살 사태가 빚어졌다. 빈민 구제 활동 등으로 신망이 높던 한 이슬람 단체 소속 기업인 23명을 '원리주의 테러조직원'이란 혐의로 체포한 게 발단이었다. 주민들은 재판이 진행 중이던 법원과 교도소 주변에서 연일 시위를 벌였고, 급기야 시위대 일부가 5월 12일 교도소를 습격해 기업인들을 포함한 수감자 다수를 석방하고 주정부 건물을 점거했다. 카리모프 정부는 다음날 탱크와 전투 헬기까지 동원, 보부르(Bobur) 중앙광장을 에워싼 뒤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희생자는 187명이지만, 서방으로 망명한 우즈벡 전 정보기관 요원은 최소 1,5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르지요예프 정권은 정치범 석방과 블랙리스트 폐지 등 잇단 탈권위주의 노선으로 정보와 치안권력을 제어하고 있다는 평을 듣지만, 안디잔 학살의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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