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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발생" 119특수구조대 각본 없는 인명구조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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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발생" 119특수구조대 각본 없는 인명구조훈련

입력
2022.05.11 07:00
수정
2022.05.11 14:02
0 0

10, 11일 대구 한 재개발현장서 시나리오 없는 훈련
12일까지 영남 구조대원 132명, 인명구조견도 동참
여진경보기 드론 등 240종의 첨단장비 총동원

대구소방안전본부 119특수구조단 대원들이 장비를 짊어지고 10일 동구 신암동의 한 폐건물의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류수현 기자

대구소방안전본부 119특수구조단 대원들이 장비를 짊어지고 10일 동구 신암동의 한 폐건물의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류수현 기자

대구의 한 재개발현장에서 사전 시나리오 없이 지진상황을 가정한 인명구조훈련이 펼쳐졌다. 119특수구조대원들은 여진경보기와 철근스캐너, 전기톱, 로프, 유압펌프 등 각종 장비를 총동원해 각본 없는 구조훈련에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대구 동구 신암동 '신암1구역 재개발현장'의 한 폐건물. 골목 구석마다 폐기물이 나뒹구는 주택가에 주황색 기동복을 입은 특수구조대원들이 나타났다. 이들이 타고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5톤트럭에는 로프와 연결고리, 삼각대, 목재, 원형 톱, 망치, 각도절단기 등 장비가 한 가득이었다.

영남권역 특수구조대원 39명이 출동한 이날 훈련 중 대표 임무는 지진이 발생한 3층과 4층짜리 다세대주택 사이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었다. 건물 사이는 폭이 6m였지만 육상진입은 불가능하다는 단서가 붙었다.

재개발현장의 한 건물은 곧 훈련본부로 탈바꿈했다. 섭씨 24도의 날씨에 방화복과 헬멧 등 15㎏이 넘는 장비를 착용한 대원들은 곧장 옥상으로 올라가 지휘소를 꾸렸다. 이들은 능숙한 솜씨로 높이 18, 15m 가량의 4, 3층 건물 옥상에 다용도 삼각대를 설치했다. 이를 로프 6, 7개로 고정하고 길이 2.2m의 들것을 연결한 후 추락위험과 유독가스 측정을 마친 후 대원 한 명이 건물 사이로 내려갔다. 그가 신장 165㎝, 무게 30㎏의 마네킹을 들것에 싣고 고정하자 옥상에 있던 대구와 경북소방본부 소속 대원들이 서로 "대구 당겨", "경북 당겨"를 외치며 마네킹을 끌어 올리는 것으로 임무는 끝났다.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대구와 경북의 119특수구조단 대원들이 10일 대구 동구 신암동 주택 옥상에서 삼각대를 이용해 들것을 끌어 올리고 있다. 류수현 기자

대구와 경북의 119특수구조단 대원들이 10일 대구 동구 신암동 주택 옥상에서 삼각대를 이용해 들것을 끌어 올리고 있다. 류수현 기자

구조대마다 임무는 제각각이었다. 중앙119구조본부 영남119특수구조대 2팀은 각목으로 구조물을 만드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들은 가로 세로 각각 10㎝인 각목 등을 톱으로 자른 뒤 길이 10㎝ 가량의 못 수십 개를 박아 가로 50㎝, 세로 5㎝, 높이 180㎝ 크기의 구조물을 건물에 설치했다. 붕괴건물을 안정화하는 쇼어링 작업이었다. 목공소가 따로 없었다.

같은 구조대 3팀은 4층 건물의 옥상 바닥에 가로 60㎝ 세로 70㎝ 크기로 구멍을 뚫어 구조 통로를 확보하는 훈련에 구슬땀을 흘렸다. 이들은 유압엔진펌프와 원형절단기, 해머드릴을 연결해 두께가 15㎝인 건물 옥상을 뜯어냈다.

경남소방본부 119특수구조단은 철공소로 변신했다. 동력절단기로 철제 셔터문을 자르고 해머드릴로 벽에 구멍을 뚫었다. 도시탐색구조(천공파괴) 훈련이었다.

영남119특수구조대원들이 10일 대구 동구 신암동 주택의 옥상에서 착암기를 이용해 바닥을 뜯어내고 있다. 류수현 기자

영남119특수구조대원들이 10일 대구 동구 신암동 주택의 옥상에서 착암기를 이용해 바닥을 뜯어내고 있다. 류수현 기자

구조대원들은 이곳이 최적의 훈련 장소라고 입을 모았다. 건물의 손상이나 민원 발생 여지도 없고, 획일적이지 않은 구조나 크기, 골목 등 온갖 열악한 환경을 다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방장석 영남119특수구조대장 직무대행은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각각 주택의 구조와 크기가 천차만별이어서 훈련이 곧 실전과 다름없다"며 "주택가 훈련은 효과가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인명구조견도 등장했다. 6살인 골든리트리버 토백과 3살인 셰퍼드 당호는 건물 구석에서 나무판자와 집기로 입구를 가리고 숨은 대원을 향해 건물이 떠나가도록 짖었다. 바닥이 갈라지고 집기가 널브러져 있는 폐건물은 이들에게 최적의 훈련장소였다.

경남소방본부 119특수구조단 대원이 10일 대구 동구 신암동 주택의 철제 셔터문을 절단하고 있다. 류수현 기자

경남소방본부 119특수구조단 대원이 10일 대구 동구 신암동 주택의 철제 셔터문을 절단하고 있다. 류수현 기자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는 11일에 이어 12일까지 실제 재난현장과 비슷한 이곳 재개발현장에서 영남권역 지진대응 복합재난 통합대응·합동훈련을 펼친다. 6개 특수구조단 132명이 참여하는 이번 훈련에는 여진경보기와 붕괴경보기, 드론 등 240종의 첨단장비와 도시탐색 구조장비가 총동원되고 있다.

소방청은 지난 2020년 12월 전국 특수구조단을 대상으로 권역별로 통합 대응토록 하면서 해마다 4회 권역별 특수구조대를 주축으로 훈련을 펼치고 있다. 다음 훈련은 수난사고를 테마로 진행된다.

영남119특수구조대 인명구조견인 토백이 10일 대구 동구 신암동 폐건물에서 구조대원을 찾은 뒤 짖고 있다. 류수현 기자

영남119특수구조대 인명구조견인 토백이 10일 대구 동구 신암동 폐건물에서 구조대원을 찾은 뒤 짖고 있다. 류수현 기자

조인재 중앙119구조본부장은 "평소 출동과 훈련으로 현장대응력을 높이고 있지만 이번 합동훈련으로 인명구조 능력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재난이 발생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인명을 구조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대구(오른쪽)와 경북의 119특수구조단 대원들이 10일 대구 동구 신암동 주택 옥상에서 삼각대를 이용해 들것을 끌어 올리고 있다. 류수현 기자

대구(오른쪽)와 경북의 119특수구조단 대원들이 10일 대구 동구 신암동 주택 옥상에서 삼각대를 이용해 들것을 끌어 올리고 있다. 류수현 기자



대구=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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