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장막을 걷고 나왔다. 김 여사는 대통령 취임식을 통해 대선 후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력 부풀리기’ 의혹 등으로 지난해 12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로는 5개월 만이다.
길어진 칩거 기간만큼이나 김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쏟아졌다. '블랙 앤드 화이트 패션'도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스스로는 돋보이지 않으려는 듯, 내내 윤 대통령보다 한두 걸음 뒤에 서 있었다. 김 여사는 앞으로도 당분간 조용한 내조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드레스 코드는 블랙&화이트
윤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9시 50분쯤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섰다. 김 여사는 검은색 치마 정장에 검은색 구두 차림이었다. 국립현충원 참배를 위한 복장이었다.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지지자들에게 목례를 했다.
김 여사는 무늬가 전혀 없는 흰색 원피스에 흰색 구두를 신고 취임식에 나타났다. 허리엔 커다란 흰색 리본을 묶었다. 햇빛을 받아 더없이 화려해 보였다. 다만 김 여사를 보좌하는 인사는 “처음 국민에게 겸손하게 인사하는 자리라는 뜻을 담아 흰색을 선택했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식에서 대통령 배우자가 한복을 입지 않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식에서 김정숙 여사도 원피스 재킷을 입었다.
尹 한 걸음 뒤에서 '겸손 모드' 유지
김 여사는 이날 서초구 자택→현충원 참배→취임식 행진 및 퇴장 등 모든 동선에서 윤 대통령과 1~2m가량 간격을 두고 걸었다. 김 여사의 위치가 멀어지면 윤 대통령이 뒤를 돌아보며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할 정도였다. 그는 윤 대통령이 문재인ㆍ박근혜 전 대통령 등 귀빈에게 인사를 건넬 때도 한 걸음 물러나 ‘90도’ 인사를 했다. 2017년 취임식 당시 김정숙 여사가 문 대통령과 나란히 걸으며 일정을 소화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통령 부인답게 윤 대통령을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도 수차례 포착됐다. 취임식이 끝난 후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 내외를 환송하는 사이, 김 여사는 홀로 남은 박 전 대통령을 차량까지 직접 의전했다. 박 전 대통령이 차량에 오르고 문이 닫혔는데도 윤 대통령이 차량 가까이에 서 있자 김 여사가 팔을 잡아당기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코바나컨텐츠 접는다... "조용한 내조 전념"
김 여사의 이런 ‘로키(low-key)’ 행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및 허위 학력, 경력 의혹 등 과거 이력 논란으로 전면 등판에 여전히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여사 측 관계자는 “당분간 조용한 내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통령 배우자가 동행해야 하는 공식 행사나 외교 일정 외에는 개인 행보를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김 여사는 운영하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도 휴ㆍ폐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에선 그가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전시기획 업무를 계속하는 ‘일하는 퍼스트레이디’ 모델을 염두에 뒀으나,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감안해 공개 행보를 가급적 피하는 쪽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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