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맞춰 정문 개방
경내 오운정·미남불, 북악산 등산로 북적
"대통령이 걸어다녔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워요. (대통령이) 무슨 생각으로 어떤 길을 다녔을지 상상해 봤습니다."(20대 장원진·정다연 커플)
청와대가 74년 만에 일반 시민에게 전면 개방됐다.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던 시간인 10일 오전 11시 37분 정문이 활짝 열려 매화꽃을 든 국민대표 74명과 사전 신청을 거쳐 당첨된 시민 6,500명을 받아들였다. 이날 하루 2만6,000명가량의 관람객이 2시간 간격으로 여섯 차례에 나눠 입장했다.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 녹지원과 상춘재 등 경내 전역이 개방 대상이었다.
청와대를 관람한 시민들은 하나같이 "개방을 잘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성남시에서 아내와 함께 찾아온 이모(62)씨는 "이렇게 넓고 좋은 데가 있었구나"라고 감탄했다. 이씨는 "한편으론 대통령이 국민들과 떨어진 곳에 있다보니 고립감을 느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며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 건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대구에서 온 이재진(66)씨는 "정말 감개가 무량하다. 진작에 개방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조경이 참 잘돼 있더라. 소나무 하나하나가 예술이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정문 앞에서 만난 김모씨는 "사전 예약에 당첨되진 않았지만 청와대를 개방하는 역사적 순간을 함께하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근에 거주한다는 50대 여성은 "원래 총을 든 경찰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며 "참 걷기 좋은 길인데 개방이 돼서 좋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청와대 곳곳을 거닐며 봄을 만끽했다. 기존 청와대 관람 프로그램에선 볼 수 없었던 오운정과 미남불(신라 불상 경주 방형대좌석조여래좌상)이 특히 인기가 많았다. 관저 옆 계단으로 5분 정도 올라가면 닿을 수 있는 오운정은 서울시 유형문화재다.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일반인이 오를 수 없었던 청와대 뒤편 북악산 등산로도 이날 54년 만에 완전히 개방됐다.
문화 행사도 청와대 상춘객의 흥을 돋웠다. 오전 11시쯤 정문 앞에서 열린 축하 공연을 시작으로, 청와대 경내 곳곳에선 '약속을 담다' '희망을 나누다' '역사를 그리다' 문화를 펼치다' 등 4가지 테마로 종묘제례·정악 공연, 무사 등용 의식 재현 등 행사가 펼쳐졌다.
이날과 같은 방식의 청와대 개방 행사는 22일까지 이어진다. 추후 운영 계획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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