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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김현숙 ... "여가부 폐지"라더니 "권한 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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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김현숙 ... "여가부 폐지"라더니 "권한 커져야"

입력
2022.05.11 18:4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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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대통령님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동의합니다."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현숙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가장 자신있게 내놓은 발언 중 하나였다. 새 정부의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답은 거침없이 내놨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에 대한 의견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때론 여가부가 그간 주력으로 삼아왔던 업무들을 더 키우고, 여가부의 권한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기까지 했다. 새 정부의 공약 '여가부 폐지'를 뒤집을 순 없고, 그렇다고 조직 개편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있는 것도 아니니 앞뒤 안 맞는 발언만 이어갔다.

"구조적 성차별에 동의해요, 안 해요?" 대답 못한 김현숙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모습. 뉴스1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모습.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구조적 성차별 유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 후보자에게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 7자 한 줄 공약으로 던진 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여가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고 말한 바 있다.

양이원영, 강선우 의원 등이 윤 대통령의 인식에 후보자도 동의하느냐고 끈질기게 캐물었지만 김 후보자는 "대통령 발언을 직접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만 답했다. 몰아붙이기가 계속되자 김 후보자는 오히려 세계경제포럼(WEF) '성격차지수'를 꺼냈다. 수년째 하위권인 지표를 두고 그는 "여가부가 20년 동안 있었지만 성격차지수는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여가부 무용론으로 답을 대신한 셈이다.

"합리적 방향으로…" 두루뭉술 답변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시작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시작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이러다보니 오히려 여가부의 기능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얘기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김 후보자는 "여가부는 법무부, 복지부, 고용부랑 협업체계로 해야 하는 게 많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예산도 권한도 부족한 일종의 '세컨더리 부처' 느낌"이라며 "다른 부처에 다 이관하는 게 아니라, 집중과 선택을 통해 강화하고 주력할 수 있는 몇 가지 사업으로 통합, 일원화해서 컨트롤타워 기능을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 강선우 의원은 "후보자 얘기는 보완하겠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이럴 때는 폐지란 말을 안 쓰는 게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권인숙 의원도 "역할과 권한을 강화한다면서 왜 굳이 폐지를 전제로 말하는 거냐"면서 "본인의 의견을 소신 있게 말해야지 폐지를 염두에 두고 인턴기간 가지려고 장관 후보자 검증받냐"고 꼬집었다.

김 후보자는 구체적 비전이나 개편 방향성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국회와 여성단체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누가 봐도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려 한다"며 "지금 복안을 말씀드리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자료제출 비협조에 고성도… 여성단체는 "여가부 보장" 촉구

송옥주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이 11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 후보자 제출 자료가 부실하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송 위원장은 개회 1시간10여 분 만에 정회했다. 뉴스1

송옥주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이 11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 후보자 제출 자료가 부실하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송 위원장은 개회 1시간10여 분 만에 정회했다. 뉴스1


이날 인사청문회에선 여가부 폐지론뿐 아니라, 모친 페이퍼컴퍼니 운영 의혹 등 김 후보자 도덕성 검증도 예고됐으나, 제출 자료가 너무 부실하다며 고성이 오가다 4시간 가까이 정회되기도 했다.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접근 자체를 차단한다"고 김 후보자를 비판했다. 다만 김 후보자는 제시된 의혹 모두를 "오인된 것"이라고 선 그었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여성계에선 여가부 폐지 반대론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도 567개 여성폭력 피해자지원·현장단체 연대가 국회에서 "김 후보자는 여가부가 권력형 성범죄 대응을 못했다고 말하지만, 법과 정책, 실행력을 보완해 잘 대응하는 방안을 제시해야지, 여가부 폐지가 어떻게 대책이냐"고 주장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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