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사흘째인 윤석열 정부가 선보인 가장 큰 변화는 대통령과 취재진 사이의 '출근길 소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이전을 추진한 명분 중 하나였던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 이행 차원이다. 역대 정권이 보여주지 못한 신선한 모습에 긍정 평가가 많지만, 최고 권력자의 동선이 공개되고 민감한 현안에 대한 메시지 관리가 어려운 만큼 정례화 여부는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취재진과 짧은 질의응답을 가졌다. 1층 정문 공사로 인해 지하주차장을 통해 출근하면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을 임명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뒤돌아서 "오늘은 일부만"이라고 밝힌 뒤 주차장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전날 대통령실 출근길에서도 "취임사에서 '통합' 얘기를 뺀 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틀째 오전 출근길을 취재진과 소통 채널로 활용한 것이다.
중요 인사가 청사를 드나들 때 취재진과 문답을 나누는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은 국내 정치에선 다소 생소하다. 특히 기존 청와대에선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이 별도 건물에 있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반면 총리 관저에 집무실과 기자실이 함께 입주해 있는 일본에선 총리가 출퇴근 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응대하는 '부라사가리'라는 즉석 회견이 자주 생중계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이 같은 건물에 입주하면서 언론과의 빈번한 소통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다만 우리나라 정치 환경에서 정착할 수 있을지는 별개다. 우선 국가 최고권력자의 동선이 드러나는 것은 경호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대통령의 건강 상태도 일종의 국가기밀인 만큼 동선이 드러날 경우 보안이 유지되기 어렵다. 역대 대통령들은 집무실이 아닌 청와대 관저에서 업무를 보기도 했으나, 현 정부에선 이마저 여의치 않는 상황이다.
메시지 관리 능력도 관건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그 자체가 중요한 통치 행위인데, 매일 주요 현안에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민감한 현안이 발생했을 경우 대통령이 현장에서 답변을 피하거나 도어스테핑을 생략한다면 그 자체가 일종의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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