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임명했다.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들 중 우선 2명을 강행 임명했으나 이날 열린 추경 편성을 위한 국무회의 의결정족수를 채우는 명분을 갖췄다. 아울러 한미정상회담과 6·1 지방선거 관리 등으로 공석으로 두기 어렵고 야당의 반발이 덜한 후보자를 임명하는 수순을 택해 정면충돌은 일단 피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이창양(산업통상자원) 이영(중소벤처기업)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동의했다. 박 장관과 이 장관까지 포함하면 18개 부처 중 11곳이 신임 장관 체제를 갖추게 됐다. 민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판을 의식해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여야가 각각 ‘불통 인사’나 ‘발목 잡기’ 프레임을 의식해 사안을 쪼개서 대응하며 각자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난제는 역시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 여부와 정호영(보건복지) 한동훈(법무) 후보자 임명 여부다. 윤 대통령이 두 후보자를 강행 임명하면 민주당도 한 총리 후보자 인준 투표를 부결시켜 정국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직 협치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여야 모두 일방통행식 강경 드라이브만 걸다가는 6·1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는 게 부담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한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윤 대통령 대응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도 정부 출범 사흘 만에 2명을 강행 임명하는 속도전을 벌였으나 국무회의 의결정족수를 채운 후에는 시간을 갖고 후속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크다. 당분간 서로 눈치를 보며 여론전을 벌일 이때야말로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다. 여소야대 정국을 정치권이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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