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급감·수출유지 속 에너지값 급등
수개월 내 무역 흑자 사상 최고치 기록
"제재 효과 내년...푸틴 손엔 전쟁 자금 수북"
러시아가 서방의 고강도 제재 와중에도 무역 흑자를 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재로 수입은 줄어든 반면 수출은 꾸준히 늘어난 데다, 에너지 가격도 급등하면서다. 당분간 무역 흑자 행진이 이어지면서 수개월 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러시아의 돈 줄을 틀어막으려는 서방의 조치가 되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자금’을 늘려주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수입은 줄어든 반면 수출이 잘 버티면서 기록적인 무역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 증가한 반면, 수입액은 44% 감소했다.
러시아는 최근 월간 무역통계 발표를 중단했지만,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주요 교역 대상 8개국 통계를 토대로 이같이 추산했다. 실제 지난달 중국은 러시아로의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분의 1가량 감소한 반면, 수입액은 56% 증가했다. 주요 교역국이던 독일도 대러 수출이 월간 62% 감소한 데 반해 수입은 고작 3% 줄이는 데 그쳤다. 지금도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로 하루에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러시아의 수입액은 국제 금융 제재로 서방 상품에 대한 구매력이 감소하고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급감했다. 물류난 역시 이런 상황을 심화했다. 이에 반해 수출액은 놀랄 정도로 잘 유지됐다. 제재에도 대부분의 석유 및 가스 수출은 이전처럼 허용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수익도 더욱 늘었다.
흑자 규모가 더욱 늘어날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러시아의 무역 흑자가 2,500억 달러로 지난해(1,200억 달러)의 2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컨설팅 업체 판테온 거시경제연구소의 클라우스 비스테센은 “대러 제재가 오히려 무역 흑자를 늘려 전쟁비용 충당에 도움이 됐다”고 지적했다.
경제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리암 피치는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금수조치를 시행해도 단계적으로 실시되는 탓에 올해 수입량이 19% 줄어드는 데 그칠 수 있다”며 “제재 효과가 완전히 체감되려면 내년 초는 돼야 하는데, 그때쯤이면 푸틴 대통령은 전쟁 자금 수십억 달러를 모아두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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