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방역 당국, 가정집에 무단 소독 논란
"강제 소독 권한 없다" 비판글 삭제
상하이 당국, 시정 약속 불구 소독 방역 계속될 듯
가뜩이나 50일 가까이 이어지는 도시 봉쇄로 답답한 중국 상하이 주민들이 최근에는 소독약 세례에 시달리고 있다. 방역 요원들이 집 주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들어와 집 안 곳곳에 무작정 뿌려대는 통에 "적당히 좀 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인터넷 매체 펑파이 등에 따르면, 상하이와 장쑤성 쉬저우 등 일부 지역에서 방역 요원들이 가정집에서 소독 작업을 벌이는 동영상이 퍼져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영상을 보면, 흰색 방호복과 고글, 마스크 등으로 중무장한 요원들이 집에 들어가 바닥과 벽은 물론, 침대와 소파, 문고리 등 사람 손이 닿겠다 싶은 모든 곳에 소독약을 분사했다. 발코니에 널어 둔 빨래와 피아노, 컴퓨터 등도 이들이 뿌린 소독약에 흥건히 젖었다. 말이 소독이지, 온 집 안을 약통에 담근 것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심지어 냉장고조차 그냥 두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저온에서 더 오래 생존한다"는 이유로 음식물을 모두 꺼내 폐기하고 냉장고 내부에도 소독약을 뿌렸다. 봉쇄 장기화로 달걀 하나가 아쉬운 판에 되레 방역 당국이 식자재를 버리고 있으니, 주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분사식 소독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실내에서 소독액을 뿌리는 식의 방역은 권고하지 않고 있다. 대신 수건 등을 사용해 닦아내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당국의 '소독 만능주의'를 꾸짖었다. "이 정도 양이면 (전자 제품) 합선이 우려된다", "소독약으로 바이러스가 죽는다면, 애당초 팬데믹도 없었다", "바이러스가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집주인은 확실히 죽겠다"는 비아냥이 이어졌다.
가장 큰 논란을 부른 것은 방역 요원들이 때때로 거주자의 어떤 허락도 없이 무단으로 들어와 집 안을 이 지경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퉁즈웨이 화둥정법대학 교수는 지난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정부 기관이 시민에게 열쇠를 요구해 내부 소독을 실시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제수단을 사용해 사람을 격리시설로 보내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불법 행위로 당장 그만둬야 한다"며 사생활 침해로 이어지는 중국의 방역 행태를 비판했다. 이 글은 베이징대와 상하이푸단대, 상하이자오퉁대 등 교수 20여 명의 견해를 모아 작성됐지만, 중국 당국의 조치로 지금은 삭제된 상태다.
논란이 커지자 상하이 당국도 진화에 나섰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진천 상하이시 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봉쇄 기간 중 집주인의 허가 없이 가택에 들어가 소독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집주인이 끝내 허가하지 않을 경우 소독 작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소독은 중요한 방역 업무 중 하나"라고 강조한 점에서 소독 방역 강도를 크게 낮추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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