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대장’ 김정은이 아버지 뒤를 이어 북한 지도자가 될 것이다.”
2010년 10월 외신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후계설을 최초로 인정하며 김씨 일가의 ‘3대 세습’을 공식화한 양형섭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세상을 떠났다. 96세.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 수십만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는 ‘건국 이래의 대동란’ 위기에도 마스크를 쓰고 직접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15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양 전 부위원장은 13일 오후 10시 40분쯤 뇌경색으로 사망했다. 김 위원장은 곧장 이튿날 정치국 상무위원인 최룡해, 조용원, 김덕훈, 박정천, 리병철 등과 조문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우리 인민 정권과 사회주의제도의 강화발전을 위해, 조국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해 자기의 모든 지혜와 정력을 다 바친 양형섭 동지를 추모했다”고 보도했다. 양 전 부위원장의 부고는 이날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1면에도 실렸다.
김 위원장이 감염병 위기 와중에도 조문을 강행한 건 양 전 부위원장이 1990년대 귀순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와 더불어 주체사상의 체계를 정립한, 북한에선 정신적 지주와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출신도 김일성 주석의 사촌동생 김신숙의 남편으로 백두혈통과 인척관계로 묶여 있다. 1980년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대남 분야에 관여했고, 2000년 평양에서 열린 6ㆍ15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수행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면담했다.
특히 2010년 10월 8일 APTN(AP통신 영상부문 계열사)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권력세습을 최초로 확인하며 주목받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인 2012년 1월에도 “김정은 동지는 완벽히 준비돼 있다”면서 불안하게 출발한 ‘김정은 체제’에 힘을 싣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조문 정치에는 이런 인연과 함께 국가 원로에 대한 극진한 예우를 통해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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