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 디지털금융 MBA 주임교수
"루나, 테라 폭락 여러 차례 예견됐지만 무시"
"코인 시장에서 유사 알고리즘 코인 가격 안 떨어져"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 디지털금융 MBA 주임교수는 암호화폐 '루나(LUNA)'와 '테라USD(UST)'가 폭락한 사건을 두고 "전형적 폰지 사기"라면서, 여러 차례 비슷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코인 시장에 만연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심리가 루나의 가격을 떠받쳐 왔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1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몇 년 전부터 루나 코인의 위험성을 누군가 꾸준히 얘기를 하고 내부 고발도 있었는데, 루나 코인 가격에 거의 영향을 안 미쳤다"면서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코인이 건전하느냐가 아니라 되팔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테라는 1코인을 1달러에 유지한다고 주장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이 가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테라의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화폐인 루나로 테라를 매입하고, 테라의 가치가 올라가면 테라를 매도해 더 많은 루나를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알고리즘식' 코인이다.
문제는 테라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가지고 있으면 연간 20%의 수익을 약정하면서 생겼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이자를 자기가 발행한 코인으로 준다"면서 "사실상 또 다른 코인을 발행해서 뒷사람이 매입하는 것으로 충당한 것이기 때문에 폰지 사기와 구조가 같다"고 설명했다.
폰지 사기란 1919년 미국에서 이 방식의 사기를 벌인 찰스 폰지에게서 유래한 이름으로, 후속 투자자들을 계속 끌어 모아 먼저 투자한 사람들에게 수익이 났다고 하며 돈을 주는 방식으로 돈을 모으는 것을 가리킨다. 2019년 라임자산운용 대규모 환매 사태를 불러 일으킨 부실 무역금융펀드 역시 투자 손실을 숨기고 신규 투자자에게 떠넘겼기 때문에 폰지 사기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1990년대 '소로스 파운드화 공격'과 동일한 '공격' 예견했지만...
이 교수는 테라와 루나의 붕괴를 '터질 것이 터진 것'이라고 봤다. "코인 시장에서 많이들 (붕괴를) 예상은 했지만 발행자들이 계속 비웃었다"면서 "이런 일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었고, 실제로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테라·루나 사태와 유사한 과거 사례로 1990년대 투자자 조지 소로스의 영국 파운드화 공격을 들었다. 소로스는 "영국 파운드화는 1990년대에 독일 마르크화와 고정환율을 사용했는데, 독일이 통일되면서 마르크화가 요동을 치자 여기에 맞추려고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 이걸 공격한 게 조지 소로스였다"면서 "지금 테라가 폭락한 것과 그때 파운드화가 폭락한 것은 형태가 같다"고 지적했다.
파운드화처럼 테라 역시 '공격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손실을 보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딱히 보상을 받을 방법도 없는 형국이다. 이 교수는 "애시당초 시작이 단순히 발행자의 구두 약속만 믿은 것"이라면서 "금융상품은 권리를 사고파는 것이고, 권리에는 신뢰가 중요하기에 모든 금융회사가 허가를 받는데, 코인 시장에는 그런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도 코인 시장 전체로의 파급력은 크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역시 루나의 가치가 문제 제기에도 한동안 높게 유지된 것처럼 투자자들의 '나만 아니면 된다'는 믿음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는 "유사한 알고리즘을 추구한다는 다른 코인들도 있는데 가격 변화가 지금 별로 없다"면서 "(코인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별로 신경을 안 쓴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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