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朴 대통령 때와 달리 '야당 항의' 없어
尹, 민주당 상징 '푸른색 넥타이' 매고 등장
사전 환담선 '인사 잘해달라' '뼈 있는 말'도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은 여야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두고 대치하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전직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등장했던 야유나 손팻말 시위는 없었다. 여야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입장에 기립박수로 환영했고, 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을 돌며 최대한 많은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여소야대' 정국을 의식해 야당에 협치를 당부하려는 제스처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푸른색 계열을 넥타이를 매고 나온 것부터 야당에 협치 제스처를 취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입장 시 전원 기립해 박수로 맞았고, 윤 대통령도 민주당 의원들의 의석 사이 통로로 단상으로 향하면서 주변의 의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악수를 나눴다.
단상에 오른 윤 대통령이 의원들을 향해 목례를 하자, 박병석 국회의장은 "대통령님, 의장께도 인사하시죠"라며 관례를 상기시켰다. 이에 윤 대통령이 뒤늦게 몸을 돌려 박 의장에게 90도 인사하면서 장내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15분간 연설에서 민생문제 해결은 물론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 완성을 위해 '초당적 협치'를 강조했다. 그 과정에 총 18번의 박수를 받았는데, 주로 여당이 된 국민의힘 의원석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도 국민의힘 의원들 외에 민주당 지도부, 정의당, 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文·朴 대통령 때와 달리 '손팻말 시위' 없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시정연설에 단골로 등장했던 야당 의원들의 손팻말 시위는 없었다. 일례로 2017년 6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했을 당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무위원 인사와 관련해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013년 11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 때에도 당시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추진에 항의하며 삭발·단식 농성 중이던 진보당 의원들이 ‘정당해산 철회’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돈의 자유만 강조해선 곤란" 뼈 있는 말도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 직전 박병석 국회의장 및 여야 지도부와의 사전 환담에선 덕담뿐 아니라 '뼈 있는 말'이 오갔다.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과거 자유를 많이 강조하시는 분들이 사람보다 돈의 자유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국민의 한 사람 한 사람이 공평하고 평등하게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했던 '자유'에 따른 부작용을 꼬집은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야 3당 대표 회동을 격의 없이 하자는 윤 대통령 측 제안이 있었음에도 그 회동이 여러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하자,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인사 문제를 먼저 잘해달라"고 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환담에서 윤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를 향해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에 대한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인준 여부에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는 이를 경청했지만 즉답은 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취임 기념 외빈만찬에서 윤호중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와 대화 도중 환하게 웃었던 이유도 공개됐다. 해당 사진이 화제에 오르자, 윤 대통령은 "제 부인에게 (윤 위원장이) 왜 웃었냐고 물으니, '파평 윤씨 종친이기도 한데 잘 도와달라'고 윤 위원장에게 말했다고 한다"며 뒷얘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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