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은 '부적절' 의견
지방선거 앞두고 인사 논란 수습 의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검찰 재직 시절 성폭력 의혹으로 징계를 받은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향해 "국민을 상대로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권 초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를 공개 비판한 것은 6·1 지방선거에 앞서 인사 검증에 대한 비판 여론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아울러 성폭력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박완주 의원의 사례와 함께 입길에 오르거나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윤 비서관이 시인으로 활동하며 썼던 표현은 20여 년간 바뀐 현재의 기준으로 봤을 때 국민 시각과 큰 차이가 있다"며 "국민에게 충분히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윤 비서관은 2002년 발표한 시집에서 지하철 내 성추행을 옹호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해 도마에 올랐다. 이 대표는 또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과거 책에서의 부적절한 표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며 소개했다.
국민의힘 소속 일부 여성 의원들은 대통령실에 윤 비서관에 대한 인사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의견도 전했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윤 비서관을 둘러싼 의혹이 보도된 직후 원내대표실을 통해 대통령실에 뜻을 전달했다"며 "민주당이 일련의 성폭력 사태로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이 '내로남불'을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여당이 정권 초 대통령의 인사를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윤 비서관을 비롯해 성소수자·위안부 혐오 발언으로 자진사퇴한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 등 인사 잡음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그만큼 우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근 당 지지율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순풍이 부는데, 일부 부적절한 인사 때문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다"며 "이준석 대표가 총대를 메고 당이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의 경고를 보낸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비서관 사퇴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윤 비서관이 과거 소속 기관에서 경징계를 받은 것을 보면 직을 수행하는 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면서 "유감 표명을 하고 막중한 자리를 성실히 수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윤 비서관의 의혹에 관한 사실관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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