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서 8.5톤 화물트럭 도난당한 한모씨
"경윳값 올라 어려운 때 이런 일이…" 망연자실
"아내 알바 100만원으로 생계 꾸려야 할 상황"
경찰, 도난 장소 주변 CCTV 확보·분석 중
"못 찾을 경우 대비 버스운전 자격 시험 접수"
포크레인 이어 화물트럭 도난 운수업 비상
화물트럭 운전기사들이 경유가격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생계수단이나 다름없는 화물트럭을 도난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화물차 업계 종사자나 화물 운전이 가능한 전문털이범의 소행일 가능성을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3월 굴삭기(포크레인) 연쇄 도난에 이어 화물트럭 절도 발생에, 운수업 종사자들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18일 경찰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따르면,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는 14일 자동차 수리공업사와 부품점 등이 몰려 있는 전주 팔복동 공업단지 내에 주차된 8.5톤 화물차가 사라졌다는 소유주 한모(54)씨의 신고를 접수해 수사에 나섰다.
화물 중에서도 주로 조경수를 운송해 온 한씨는 13일 임실의 한 농장에서 둘레 80㎝, 키 5~6m 되는 느티나무 6그루를 싣고 목적지인 세종으로 가던 중이었다. 그는 1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요즘 경윳값이 많이 올라, 60㎞가량 떨어진 남원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음 날 다시 세종으로 가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 전주에서 지인을 만나 저녁을 먹고 모텔에 묵었다"며 "13일 오후 5시 40분쯤 트럭을 주차했고, 다음 날(14일) 새벽 4시쯤 일찍 배송하려 나와 봤더니 트럭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화물트럭 운전을 해온 베테랑인 한씨가 도난당한 차량은 2020년 10월쯤 5년 할부로 구매한 중고트럭(4,000만 원)이다. 2019년쯤 사고로 인해 급하게 구매한 중고트럭(2,500만 원)이 좌우 균형이 맞지 않고, 운전 중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하는 등 사고 위험이 높아 수리해 되팔고, 성능이 괜찮은 차량으로 재구매한 것이다. 그는 "전 재산이자 직장이나 마찬가지인 트럭을 잃어버려 전혀 일을 못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이런 일을 당해 정말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한씨는 아내가 오전에 아르바이트로 벌어오는 100만 원가량으로 당분간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매달 내온 트럭 할부금(약 90만 원)만 가까스로 낼 수 있는 정도다. 그는 "경윳값 상승으로 최근에는 유류비가 한 달에 추가로 150만 원 정도 더 들어 생활이 빠듯했다"며 "트럭을 되찾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버스운전 자격증을 따려고 오늘 시험 접수했고, 최악의 경우 대출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달 내는 90만원 할부금 어찌해야 하나 '난감'"
한씨는 화물트럭 업계 종사자나 전문가의 범행으로 보고 있다. "일반 화물과 달리, 나무는 무게와 모양이 워낙 다양한 데다 주로 비좁은 산길이나 도로를 운행해야 하니까 조경수를 실은 채 차량을 운전해 훔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찰도 업계 종사자나 전문털이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경찰은 한씨의 트럭이 주차됐던 곳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입수했으나, 화물트럭 특성상 차체가 워낙 길어 훔쳐 간 범인이 포착된 장면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시청에도 협조를 요청, 범행 발생 장소 주변에 설치된 CCTV로 범위를 확대해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1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 관련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씨는 도난당한 사연을 국내 최대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도 올렸다. 도난당한 차량 사진과 차량 번호도 첨부해 누리꾼들의 제보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회원들은 "저걸 훔쳐간다고?" "정말 어이없네" "꼭 찾으시길" 등의 반응을 남겼다. 한 회원(jeon****)은 "한 7~8년 전쯤 저희 아버지도 선생님 주차하신 근방에 주차하여 화물트레일러를 도난당하셨습니다. 구형 대우차였고요. 남일 같지 않아 댓글 남깁니다. 결국 찾지 못하였다는 게 흠이지만 일처리 잘되시길 바랍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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