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비서실장도 "적절하지 않았다" 인정
거리두기 4단계 때 골프→자가격리 새로 확인
검찰 재직 시절 성추행 전력이 불거진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17일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직장 내 성추행 등으로 두 차례 징계를 받은 사실이 한국일보 보도로 드러나고 성추행을 미화하는 시(詩)를 여러 편 쓴 사실도 알려지면서 윤 비서관은 "대통령실 핵심 비서관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통령실 재무 관리를 맡는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직원들의 성인지감수성 등 교육도 담당한다.
윤 비서관은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민들에게 상처가 되고 불쾌감을 느꼈다면 당연히 사과를 드려야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더 열심히 잘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제가 뼈를 깎는 아픔으로 자숙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춰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일반직 핵심 측근인 윤 비서관은 성추행 징계와 관련, “(대면) 조사를 받은 적도 없고 20년 전의 일이며 사실관계의 선후가 바뀌었다” “구차하게 변명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관계는 분명 다른 부분이 있다” 등의 발언으로 억울함을 표했다.
그러나 답변 과정에서 성추행 혐의에 스스로 기름을 붓기도 했다. 약 20년 전 징계 처분을 받은 경위에 대해 윤 비서관은 “생일에 무엇을 원하는지를 (부하 직원이) 묻기에 (케이크를 셔츠에 묻힌 것에) 화가 나서 ‘뽀뽀해주라’라고 말한 것은 맞고, 그래서 (부하 직원이) 볼에 (뽀뽀를) 하고 갔던 것”이라며 “이 일로 1년 뒤 조사가 이뤄져 감찰 경고장을 받고, 대검찰청에서 서부지검으로 전보 조치가 됐다”고 했다.
김대기 비서실장도 "적절하지 않았다" 인정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식 자리에서) 러브샷을 하려면 옷을 벗고 오라” “(여직원을 향해) 속옷은 입고 다니는 거냐” 등 윤 비서관의 과거 발언을 회의실 대형화면에 띄웠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곤혹스러워 하면서 “적절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고민정 의원: “이런 발언에 대해 김 실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김대기 실장: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고 의원: “어느 정도 징계 수위가 적당한가.”
▷김 실장: “제가 그쪽은 안 해봐서….”
▶고 의원: “이에 대한 ‘경고’ 처분이 적당하다고 보나.”
▷김 실장: “만약 (그런 발언을) 했었다면, 예.”
▶고 의원: “2021년 남자 경찰관들이 신입 여경에게 ‘음란하게 생겼다’는 말을 해서 해임 2명, 강등 1명, 정직 2명 등 5명이 중징계를 받고 다른 5명은 경징계를 받았다. 윤 비서관의 저 발언은 징계 종류에도 들어가지 않는 경고 처분에 그쳤는데 적절한가. ‘음란하게 생겼다’는 발언과 ‘속옷은 입고 다니는 거냐’ 중 어느 게 더 심각한 발언이라고 보나.”
▷김 실장: “의원님과 같은 생각이다. 둘 다 부적절하다.”
▶고 의원: “둘 다 부적절한데 하나는 징계에 포함되지도 않는 경고에 그치고 다른 하나는 여러 명이 중징계와 경징계를 받았다."
"윤재순, 거리두기 4단계 때 검찰 동료와 골프 쳤다가 자가격리"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상향됐던 때 윤 비서관이 코로나19에 걸린 검찰 간부와 골프를 쳤다가 자가격리 됐으며, 이 사실을 대검찰청이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천 의원은 “김부겸 당시 국무총리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반한 공직자는 징계까지 한다고 경고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윤 비서관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간첩조작 사건에 관여한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박근혜 정부 시절 역사교과서 국정화 실무에 참여한 권성연 교육비서관 등 대통령실 인선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 비서실장은 “일부 언론에서 지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눈높이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다”며 포괄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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