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지구에 사는 동물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작은 쥐부터 거대한 코끼리, 고래에 이르기까지 130만여 종의 야생동물을 모두 더하면 1억 톤이라고 한다. 반면, 70억 명의 인류와 농장에서 길러지는 가축의 무게를 합치면 약 10억 톤에 이른다고 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야생동물과 인간·가축의 무게를 대조하며 지구 동물 중 한 종에 불과한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환경은 인간의 필요에 맞게 급속도로 변형되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연 서식지는 파괴되었고, 오랜 기간 유지되어온 생태계의 균형이 조금씩 무너지며 많은 생명을 멸종의 길로 인도했다. 2019년 유엔 산하 생물다양성과학기구는 오늘날 생물의 멸종속도는 지난 1,000만 년간의 평균 속도보다 수백 배 빨라졌고,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수십 년 내에 100만 종이 더 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물종 감소는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과도한 개발로 인한 서식지 훼손이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을 증가시켰고, 이는 생물다양성 감소와 함께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인간 탐욕의 결과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전 국민의 노력에 힘입어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고 있지만, 생태계의 균열은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의 출현으로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오늘날 자연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모든 생명이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생물다양성이 우수한 자연은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훼손된 지역은 복원해야 한다. 야생동물과 사람의 접점을 줄여서 자연이 야생동물의 진정한 쉼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인간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생명체의 소리 없는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한다.
22일은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이다. 올해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개최된다. 총회에서는 2030년까지의 생물다양성 목표를 담은 포스트 2020 글로벌 생물다양성 전략이 채택될 예정이다. 국제사회는 지난 10년간 선언적인 목표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다 계량화하고 상향된 (지구의 최소 30%를 보호지역으로 관리하는) 목표를 논의 중이다. 이러한 강력한 전략의 채택 의지를 담아 "모든 생명이 함께하는 미래 만들기"를 올해 기념일 주제로 선정하여 지구촌의 지원과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은 지구의 가장 위대한 자산이다. 지구와 함께 숨 쉬는 모든 생명이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가도록 생태계를 보전하는 노력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메신저로 나서 주길 요청드린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