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많습니다. 정신질환자는 운동을 못한다, 운전을 못한다, 연애를 못한다 등등. 저는 20대부터 그러한 편견에 도전했고 실제로 벽들을 깼습니다. 운전하고 연애하고 취업하고 결혼도 했지요.
장우석 작가
장우석(46) 작가는 중증 정신질환도 극복 가능한 질병이라고 강조한다. 질병을 이해하고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면 조울증·조현병 환자도 만성질환자처럼 증상을 관리하면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작가 자신이 1990년대 초반 조울증을 진단받은 이후에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고 대학에도 진학했다.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에서 8년간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면서 자전적 정신질환 안내서 ‘당신은 아파했던 만큼 행복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를 펴내기도 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추천사가 실린 저서는 이달 2쇄를 발행했다. 이를 기념해 14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작가를 만났다.
"자학적 사고 반복하다 발병…한때 환청과 망상도 경험"
정신질환은 환자마다 원인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성격이나 경제적 상황 등 심리적·환경적 요인뿐만 아니라 호르몬 균형의 변화 등 생물학적 요인 등 다양한 요소가 정신질환의 원인으로 꼽힌다. 환자와 질병의 특성을 섣불리 도식화하면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장 작가 자신이 처음에는 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이후에 망상과 환청을 동반한 조울증으로 다시 진단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질병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출 수는 없기에 장 작가는 자신과 자신이 만난 환자들의 경험을 중심으로 조현병과 조울증 환자 일부에서 나타나는 특성을 설명했다. 그는 “괴롭고 자학적 생각을 반복하다가 정신질환이 발병했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미래에 대해서 불안을 느끼면서 현재에 집중할 수 없게 됐다”면서 “나를 힘들게 만든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도 회복 과정에서 필요하지만 거기에만 매이면서 사고에 문제가 왔다. 누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 망상에 빠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망상과 과대망상의 배경에는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 완벽주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간은 실수하기 마련인데 완벽해야 한다는 불가능한 목표에 집착하면 자학적 사고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성격이 아이러니하게도 병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면서 “고지식하고 양심적이고 남에게 요구할 줄 모르다 보니까 스트레스를 혼자 다 받는다. 그것을 해소하지 못하면 분노가 안으로 쌓여서 병이 된다. 우울이 심해지면 공포와 두려움이 커지고 사람들 만나기가 힘들어져 삶이 괴롭고 재미가 없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약물치료가 기본…상담 병행해 트라우마까지 치료해야"
장 작가는 꾸준한 약물치료와 상담, 운동을 통해서 증상을 이겨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28년 동안 약물을 복용했다. 한때 20알에 달했던 1회 복용량은 현재 5알로 줄었다. 그동안 의학이 발전하면서 부작용을 개선한 약물도 많이 나왔다. 그는 “30세 이후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약만 먹는 상태”라면서 “평생 관리한다는 생각으로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약물은 기본이고 심리상담으로 내면의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면서 “약으로 증상을 완화하면서 상담을 통해서 내면의 트라우마와 갈등을 풀었을 때 전인적 회복이 가능했다. 운동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신진대사를 회복하는 한편,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람들과 만나고 일하면서 사회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강압적이던 의료기관들, 이제는 민주적이고 인권 존중하는 분위기 확산"
정신질환자 가운데는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적절한 치료를 받기를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 의료체계를 접하면서 쌓인 불신 때문이다. 장 작가는 치료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법제가 개선되면서 그러한 사례가 줄었다고 강조했다. 환자를 치료할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일자리까지 소개해주는 병원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인권이 없던 시절, 내가 입원했던 시절에는 환자가 난동을 피우면 일주일 동안 묶어놨다. 요즘에는 쓰지도 않는 ‘코끼리 주사’를 놔서 환자를 3일동안 재우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내가 사회복지사로 병원에서 근무하던 시기에는 강박도 4시간으로 제한됐고 중간중간 환자를 주물러서 혈액을 순환시켜주고 자세도 바꿔주게 됐다. 현재는 병원 안에서도 개혁이 일어나고 민주적인 의사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모든 의사가 권위적이거나 강압적이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환자와 가족, 의료진 모두 고민 있어"
장 작가는 폐쇄병동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환자와 의료진, 가족의 마음을 모두 이해하게 됐다. 그는 “사건이 빵빵 터지는데 간호사, 보호사, 복지사 3명이서 베드(병상) 49개를 관리하려니 정신이 없었다. 다쳐서 그만두는 직원들도 있었다. 사명감이 있으니까 병원 생활을 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남자 사회복지사니까 보호사 역할도 많이 했다. 복지사는 돕는 사람인데 보호사는 통제하는 사람이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상담해주고 교육해주는 사람이 어느새 강박하고 있다. 천사가 악마가 되는 상황에서 내적갈등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 가르쳐주는 것이 첫 단계"
장 작가는 의료기관을 그만두고 직업을 바꾼 이후에도 현재까지 조현병·조울증 환자들을 상담하고 있다. 환자 스스로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관문이다. 그는 “자신에게 질병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함으로써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또 스스로를 관리하게 된다”면서 “질병을 치료할 때 환자 자신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의지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병이라는 사실을 환자가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에는 약물치료를 진행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자의 가족들도 상담과 교육 받아야"
환자 주변에 지지체계 마련돼 있다면 치료가 더욱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가족은 대표적인 지지체계이지만 환자가 아프다는 사실을 모르고 도우려는 의도로 건넨 말이 환자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장 작가는 가족도 교육과 상담을 받아서 환자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부모들의 눈에는 자녀가 성이 차지 않는다. 부모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녀에게 ‘너는 왜 이것 밖에 못해, 너는 왜 안 돼’ 이런 식으로 비교하게 된다”면서 “자녀들 입장에서는 주눅들고 열등감이 생기면서 자존감이 없어진다. 그러던 가족이 ‘네가 정말 힘들었구나’ 이렇게 마음을 알아준다면 서로 소통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마음이 열리면 환자의 태도도 변한다. 장 작가는 자신 역시 ‘철딱서니’가 없었다면서 “부모의 사랑이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 식으로는 온전한 사랑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질병에서 회복한 당사자는 가족과 자신을 이해한다. 사람들은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금방 오해한다. 하지만 좋아하면 오해할 상황도 이해해버린다. 용서하면서 살다 보면 치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증상에 갇히지 말고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 찾아와"
장 작가는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 환자의 생각이 삶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증상은 내 삶의 한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내가 증상에 갇히지 말고 삶 속으로 살아가야 겠다’고 생각하게 된다”면서 “일도 하고 다른 것도 할 거야. 그렇게 10년 이상 지나가면 ‘나는 병하고 아무 상관 없이 행복한 인생을 살 거야, 의미 있는 인생을 살 거야’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장 작가는 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가 다른 환자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 그조차 병원에 근무할 때는 조울증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아직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장 작가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투병 사실을 공개는 당사자가 판단하기에 공개가 필요할 때, 자신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집단에 한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정신질환 유병률이 25% 정도다. 한국인 4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은 정신질환에 노출된다는 이야기”라면서 “누구나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의료계와 정신질환자, 그 가족들이 목소리를 낸다면 치매국가책임제처럼 정신질환국가책임제가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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