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행 길어지다 보면 변이 생길 수도
북·중 교류 등을 통해 한국 유입 우려
북한과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를 방역당국도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한국에 끼칠 영향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전파력이 높은 오미크론 특성에 맞지 않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다 대유행이 길어지고, 그 때문에 새 변이가 출현할 가능성이다. 이는 한국의 재유행을 앞당길 수도 있다.
1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 북한의 신규 발열자는 23만2,880여 명이다.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을 공식화한 뒤 신규 발열자 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12일 1만8,000명에서 15일 39만2920명, 16일 26만9,510명이었다. 4월 말 이후 발열자 총 수는 171만5,950여 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코로나19 확산세를 이제 시작으로 본다. 열악한 의료체계와 제로(0)에 가까운 백신 접종률을 감안하면, 북한에서의 유행은 전체 인구의 70~80%가 감염되는 '자연면역' 수준이 돼야 끝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 인구가 2,500만 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2,000만 명 정도가 감염돼야 하고, 지금까지 발열자가 170만 명이니 앞으로 1,800만 명 정도가 더 감염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북한에서도 오미크론의 전국적 확산이 시작됐다면, 백신 접종도 안 된 만큼 집단면역을 이룰 때까지 대규모 확진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로는 오미크론 못 막는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오미크론 대유행이 본격화된 3월 이후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그 덕분인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하루 확진자 수가 수만 명 수준에서 5,000명대까지 떨어졌다.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는 약 237만 명이다. 15억 명 인구 가운데 0.16% 수준에 불과하다. 거기다 중국은 효과가 떨어진다는 자국산 시노백 백신을 접종했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60% 이상의 백신 접종, 전체 인구의 40~50% 정도 감염을 거치고 나서야 오미크론 유행이 가라앉았다. '중국이 오미크론 폭탄을 껴안고 있다'는 우려는 거기서 나온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아무리 강력한 제로 코로나를 유지해도 확진자가 폭증할 시기가 올 수밖에 없는데, 그 시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WHO도 '북한 변이' 가능성 우려
북한과 중국의 코로나 앓이가 우리나라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작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국은 이미 높은 백신 접종률과 30% 이상 감염으로 어느 정도 방어벽이 마련됐다"며 "북한과 중국에서 감염자 수만 명이 한꺼번에 입국하지 않는 한 재유행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북한·중국 내 신종 변이가 발생할 경우 인접국인 한국은 영향권에 들어간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확산세가 큰 나라에서 변이가 발생할 확률이 올라간다"며 "북한과 중국의 변이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마침 세계보건기구(WHO)도 북한의 새 변이 출현 위험성을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17일(현지시간) "WHO는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곳에서 새 변이 출현 위험이 높다는 점을 강조해왔다"며 "(북한이) 현재 가용 수단을 쓰지 않는다면 확실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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