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동훈 법무장관 임명에 민주당 '분노'
野 "부적격 확실" 與 "부결은 부당" 여론전
'정호영 낙마'로 '한덕수 살리기' 시나리오 거론
20일 국회 인준 표결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거취의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당내에 "한덕수 인준 부결"를 외치는 기류가 확산하면서다. 다만 민주당이 새 정부 초기부터 '총리 공백'을 만드는 것은 '국정운영 발목잡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고민이 깊다. 윤 대통령이 국회 인준 표결에 앞서 민주당에 어떤 제스처를 취하느냐에 따라 한 후보자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적격 기류 확산… 민주당 "국정운영 혼란, 尹에 책임"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에는 '재적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과반 의석(167석)을 점한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민주당은 20일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어 표결 방침을 최종적으로 정할 예정이다.
18일까지 민주당에선 한 후보자에 대한 판정은 '부적격'에 무게가 실려 있다. 윤 대통령의 한 장관 임명 강행에 따른 반작용으로 '인준 불가'로 더욱 기울고 있다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독주∙독선을 규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고,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도 "(한 장관 임명은)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목청을 높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결을 염두에 둔 여론전도 폈다. 박 원내대표는 "한덕수 후보자는 '소통령' 한동훈 장관 임명 뒤 버릴 카드였다는 소문이 무성하더니 결국 사실로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에게 총리 후보자보다 한동훈 장관이 더욱 간절했다는 것으로, 국민의힘이 주장하고 있는 '발목잡기' 프레임을 희석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됐다. 임명 강행 전날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기립박수로 호응했지만, 윤 대통령이 스스로 협치를 내팽개쳤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민주당 때리며 설득 병행… '투트랙'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하면서도 물밑에선 개별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이 각자 친분이 있는 민주당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인준 요청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쉽게 부결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내림세이기 때문이다. 한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임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민주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도 '고민 중'… "출구는 尹이 내줘야"
민주당의 고민도 비슷하다. 박주민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 추이를 살펴야 한다는 흐름이 있다"고 했다.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인 이재명 전 대선후보가 "정부 출범 초기이니 (정부를) 존중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도 그래서다. 민주당이 의총에서 한 후보자 인준에 대한 찬반 당론을 정하기보다는 의원들의 '자율투표'에 맡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회 본회의 인준 투표가 무기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율투표에 맡길 경우, 한 후보자의 인준이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출구 모색을 위해선 윤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이 반대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키면서 한 총리 후보자 인준을 받아내는 시나리오다. 한 민주당 의원은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아니라 윤 대통령이 임명 철회를 하면 가장 좋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도 막판 고심 중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정 후보자가 물러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여러 경로로 청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정 후보자를 끝내 지킬 것이란 관측도 여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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