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인준 47일 만에 국회 통과
'지방선거 역풍' 우려에 野 현실론 분출
尹 대통령, 내주 '정호영 거취 결단' 전망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에 '협치의 손'을 내밀었다. 6·1 지방선거에 앞서 역풍을 우려해 그간의 '한덕수 국무총리 불가론'을 뒤집고 국회 인준 협조로 전격 선회하면서다. 대통령실도 즉각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과 인사 검증 등을 둘러싼 새 정부 초기 여야 대치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 주 야당이 임명을 반대해온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낙마 수순을 밟으며 화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 "대승적 판단" 내세우며 인준 협조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어 한 후보자 인준안에 대한 무기명 표결을 실시, 출석 의원 250명 가운데 찬성 208명, 반대 36명, 기권 6명으로 가결했다. 지난달 3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 후보자를 지명한 지 47일 만이다. '총리 공백' 상황도 새 정부 출범 열흘 만에 해소됐다.
국회 과반의석(167석)을 점해 한 후보자 인준에 키를 쥐고 있던 민주당은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세 시간 이상 격론 끝에 '가결' 당론을 정했다. 당초 한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민주당은 협치를 명분 삼아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며 한 발 물러섰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 후 기자회견에서 "한 후보자는 능력과 자질, 도덕성 모두 미달한다"면서도 "새 정부 출범에 야당이 막무가내로 발목잡기를 하거나 방해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환영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전격적 총리 인준 협조에 경의를 표한다"고 추켜세웠다.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국민의힘은 여야 간 협치 정신을 윤석열 정부 동안 이어나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이 '경제ㆍ통합형 총리'로 낙점했던 한 후보자도 이로써 총리로서 두 번째 일할 기회를 얻었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관료를 거친 한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7년 총리로 임명된 바 있다. 한 후보자는 국회 인준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통합과 상생을 위해 힘쓰겠다"며 "지역·세대·정파를 넘어 끊임없이 소통하고 경청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방선거 역풍 우려" 민주당 내 '현실론' 분출
한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던 민주당이 '가결'로 선회한 것은 눈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 최측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민주당 내에선 '한 후보자 인준 부결' 여론이 확산됐다. 그러나 이날 의총에서는 의석 수를 앞세워 새 정부 초대 총리를 낙마시킬 경우 '새 정부 발목잡기' 프레임에 따른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현실론이 분출했다.
세 시간 격론 후 의원들의 투표까지 거친 끝에 '인준안 찬성'이 '반대'를 근소한 차로 앞서며 가결이 당론으로 채택됐다. 총괄선대위원장인 이재명 전 대선후보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첫 출발하는 단계라는 점을 조금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강경파 주도의 인준안 부결 여론에 제동을 건 것도 당론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당내 강경파 의원과 강경 지지층 사이에선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회 청문정국에서 민주당이 한 후보자를 비롯해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6명을 낙마 리스트에 올렸으나 김 후보 1명만 낙마한 탓이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우리 당이 더 역할을 잘 해주기를 기대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부적격자를 총리로 임명하는 것을 막아내지 못했다. 송구하다"고 밝힌 배경이다.
윤 대통령, '정호영 낙마'로 화답하나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한 후보자의 국회 인준과 관련해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국정 수행의 동반자인 야당과 더 긴밀히 대화하고 협력해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협조로 한 후보자 인준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면서 정호영 후보자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은 당초 한 후보자 인준 표결에 앞서 윤 대통령이 정 후보자 임명 철회를 통해 '협치'의 제스처를 보여주길 기대한 바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조만간 정 후보자의 낙마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일정이 끝난 이후 내주 초 정 후보자를 정리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겠느냐"며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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