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외교장관 회의서 브릭스 확대 제안
"달러화 중립성 상실"...위안화 결제 시스템 구축도
美 IPEF 등 중국 견제망 구축에 맞불 카드
중국이 '브릭스(BRICS) 확대'를 전격 제안하고 나섰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등 미국의 대중(對中) 경제 포위망 구축에 대한 맞불 성격의 카드로 읽힌다.
20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열린 브릭스 외무장관 영상회담에서 "우리는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이어야 한다"며 "연합 자강의 모범을 보이자"고 밝혔다. 그러면서 "브릭스 플러스(+) 모델을 잘 활용해 더 많은 범위와 더 넓은 영역에서 '브릭스 플러스' 협력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브릭스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비서방권 경제 대국들로 이뤄진 다자간 경제 협의체로, 2009년 공식 출범됐다. 이듬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합류하면서 현재까지 5개국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41%,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4%를 차지하며, 국제 경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회원국들이 브릭스 확장을 지지함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는 “10여 년 만에 브릭스가 개편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브릭스 확장 구상은 인태 지역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각종 협력체가 연달아 출범하고 있는 데 대한 일종의 방어 기제라는 분석이다.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와 미국·영국·호주 간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조직한 미국은 한일 순방(20~24일)을 계기로 디지털, 공급망, 청정에너지 등 신(新)통상 의제를 다루는 협력체인 IPEF를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에 중국 역시 미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국가로 이뤄진 브릭스를 아세안(ASEAN)이나 아프리카 등까지 외연을 더욱 확장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중국은 브릭스를 활용한 세계 금융시장 주도권 확보의 포석도 깔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브릭스 회원국들이 달러화가 아닌 통화를 활용한 글로벌 결제 시스템 구축에 대해 이미 논의해왔다"고 보도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의 외환 보유고를 동결하는 등의 금융 제재에 대해 ‘달러화가 중립성을 상실’한 것으로 규정하고, 달러화가 아닌 통화 즉 위안화 결제 시스템 확대에 대한 회원국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다만 브릭스를 통한 중국의 대미 견제 효과가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아태 지역 동맹 규합을 본격화하는 흐름에서 반미 연대로 해석될 수 있는 브릭스에 선뜻 동참할 국가가 많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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