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 삼성 반도체 공장서 첫 만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 공동 연설을 통해 군사·안보 중심의 한미동맹을 이른바 기술동맹으로 불리는 경제안보 동맹으로 격상하자고 천명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위해 경기 평택의 삼성 반도체 공장(평택 캠퍼스)에서 양국 정상으로서 처음 만나는 모습을 연출했다. 두 정상은 동맹의 새로운 비전을 2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힐 전망이다.
2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에 도착했다. 방한 기간 첫 일정을 삼성 반도체 공장 시찰로 정한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이 동행하는 형식으로 두 정상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 정상을 안내했다.
두 정상, 연설 통해 '경제안보' '기술동맹' 공통 언급
윤 대통령은 동반 시찰을 마친 뒤 현장 연설에서 “오늘을 계기로 한미 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캠퍼스 방문은 반도체가 갖는 경제안보적 의미는 물론, 반도체를 통한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반도체는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가안보 자산으로, 과감한 인센티브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며 “바이든 대통령께서도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 제공뿐 아니라 미국 첨단 소재·장비·설계 기업들의 한국 투자에도 큰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경제안보 동맹' '기술동맹'을 언급하며 메시지를 맞췄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 평택공장 방문은 방한 일정에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한미 기술동맹을 통해 세계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 안보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신뢰하는 국가끼리 더욱더 보호해야 하는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처럼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과 함께 공급망 회복력 문제 해결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1세기의 각국 경쟁력은 이러한 관계 강화로 가능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한미 동맹 상징된 평택 삼성 반도체 공장
두 정상의 동행에는 반도체 기술 동맹을 통해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시작된 70년 역사의 한미 동맹을 한 단계 진화시키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두 정상은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아 22분간 평택공장 생산라인을 함께 돌며 삼성 반도체 핵심 기술과 관련한 설명을 들었다.
약 289만m² 부지에 3개의 생산 라인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캠퍼스는 한미 경제안보 동맹의 상징적 장소로 떠올랐다. 미국이 반도체를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품목으로 규정한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공급망을 새로운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부각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정상회담... AI 협력 등 경제안보 협력 선언할 듯
두 정상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구체적인 경제안보 협력 방안 등의 의제를 놓고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윤 대통령 취임 11일 만의 회담으로, 역대 한국 대통령 취임 이래 가장 빠르게 성사된 한미 정상회담이다. 윤 대통령은 20일 “한미 관계가 더 튼튼해지고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동맹으로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안보 협력 강화는 회담의 핵심 의제다. 반도체, 2차전지,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우주개발 등 미래 먹거리 산업 분야 협력과 해외 원자력발전소(원전) 시장 공동 진출, 차세대 원전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등이 밀도 있게 논의될 전망이다. 20일 대통령실과 미국 백악관은 경제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상설 핫라인인 '경제 안보 대화 채널' 신설에 합의했다.
이와 함께 미국 주도로 출범을 준비 중인 인도ㆍ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의 한국 참여가 정상회담을 통해 공식화된다. IPEF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출범시키는 경제 협의체로, 바이든 대통령은 22~24일 일본 방문 기간에 출범을 공식 선언한다. 윤 대통령은 23일 열리는 IPEF 첫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다. 중국은 한국의 동참을 견제하고 있어서 한중 관계의 불씨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임시 배치 상태인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의 조기 정상화 추진도 회담 의제로 올라 있다. 한중 관계가 이완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윤 대통령은 20일 "(IPEF 참여를 중국과의) 제로섬으로 볼 필요는 전혀 없다”며 "중국과의 관계도 경제 관계를 잘해 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 22일 공작사 방문해 대북 경고도
바이든 대통령의 22일 방한 마지막 행보는 북한을 겨냥한 '안보 일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경기 오산 공군작전사령부(공작사) 예하의 항공우주작전본부(KAOC·Korean Air and Space Operations Center)를 윤 대통령과 함께 찾는다. 공작사 KAOC는 한반도 전역의 항공우주작전을 지휘·통제하는 곳으로 미국 대통령의 방문은 처음이다. 이로써 양 정상은 북한의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움직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