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방한 첫 일정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을 방문했다. 이날 밤 양국 정상이 공장을 시찰하고 연설하는 장면은 미국 시간으로 같은 날 새벽부터 전 세계에 주요 뉴스로 방영됐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인 평택캠퍼스에서의 정상 회동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반도체 동맹’ 전략 의지를 과시하고, 우리로선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확인한 상징적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삼성 반도체 방문이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 전략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연설에선 중국 등을 겨냥해 “경제와 안보를 가치가 다른 국가들에게 의존할 수 없다”며 “동맹국들과 공급망을 회복하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 반도체공장은 한미가 협력을 통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증거”라며 양국 간 반도체 동맹의 본격화를 선언했다.
평택 회동은 우리에게도 의미가 크다. 앞서 인도ㆍ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확정한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미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협력에 기반한 경제안보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협력을 통해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 꼭 필요한 첨단기술을 원활히 제공해주길 기대한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삼성전자도 이날 세계 최초 3나노미터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를 선보임으로써 첨단기술력을 과시했다.
미ㆍ중 ‘반도체 전쟁’은 우리에겐 딜레마다. 미국에 치우치면 한국 반도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시장 중국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반면, 일본이 최근 첨단 반도체 개발ㆍ양산에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전략적 모호성’을 추구하다간 반도체 초격차 실현은커녕 도태될 위험이 크다. 이제 우리에겐 미국과의 동맹 강화 토대 위에서, 중국과 공동이익을 도모하는 새로운 외교ㆍ통상 프레임워크를 강구할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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