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바이든 '한미 원전 동맹' 선언
협력 극대화 시 SMR 시장 선점 기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과정에서 전해진 한미 양국의 '원전 동맹' 소식에 관련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동맹에 따라 양국의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될 경우, 세계 원전 수주시장의 판도변화까지 가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국의 시공능력과 미국의 차세대원전 기술 및 외교력이 효과적으로 결합된다면, 현재 중국과 러시아에서 양분한 세계 원전 시장의 주도권까지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원전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전날 한미 양국 정상의 원전 동맹 공식화로 윤석열 대통령의 ‘원전최강국’ 구상이 구체화된 가운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도 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세계 원전 시장 진출 확대의 발판도 마련됐다. 지난 20일부터 2박3일간 일정으로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 일정에선 이런 내용의 원전 동맹 소식이 소개됐다.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두 나라 정상이 “신형원자로 및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과, 수출 증진을 위해 양국 원전 산업계가 함께 노력해 가기로 했다”고 밝힌 데 따른 분석이다.
한미 정상 "원전 협력 확대, SMR 개발·배치 가속화"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두 나라 정상은 원자력을 탄소제로 전력의 핵심·신뢰 원천이자 청정에너지 경제 성장의 주요 요소, 글로벌 에너지 안보 증진의 필수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원자력 협력을 더욱 확대하고 (원자력) 수출 진흥과 역량개발 수단을 공동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회복력 있는 원자력 공급망 구축으로 선진 원자로 및 SMR 개발과 전 세계 배치를 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나라는 ‘한미 원전 기술 이전 및 수출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제3국의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고, 2018년 8월 2차 전체회의 개최 이후 멈춰섰던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HLBC)를 재가동해 원자력 제반 분야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
'찰떡' 이해관계…시너지 내면 시장 판도 뒤집는다
업계에선 이번 원전 동맹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세계 원전 수주시장에서 양국에 닥친 위기감은 적지 않단 얘기다. 실제 2027년까지 전 세계에서 건설 예정인 50개 원자로 가운데 절반 이상인 27개를 중국(15개)과 러시아(12개)가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한 윤 정부에선 미국의 경제력과 외교력이, 원전 시장 주도권을 쥐고자 하는 바이든 정부에선 한국의 시공 능력이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한 이후 반 세기 가까운 ‘시공 공백’이 생겼는데, 현재로선 현장기술자들이 은퇴하는 등 원전 건설을 위한 노하우가 바닥난 상태”라며 “최고 수준의 현장 시공력을 갖춘 한국과의 협력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봤다. 이 명예교수는 이어 “한국의 경우도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필요로 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SMR 시장 선점도 가능"
무엇보다 양국 원전업계 내부에선 시장 가치가 무궁무진한 SMR 분야 협력으로 차세대 원전 시장의 주도권까지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하다. SMR는 기존 대형 원전의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기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 원자로다. 출력은 300메가와트(㎿) 안팎이다.
SMR는 안정성이 높은 데다 해안이 아닌 도서·산간 지역에도 건설할 수 있다. 미래 에너지 시장의 대체재로 꼽히는 이유다. 이미 SK그룹과 GS에너지,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등 국내 기업들도 SMR 시장을 염두에 두고 테라파워, 뉴스케일파워 등 미국 원전 기업들에 투자한 상태다.
이 교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012년 SMR의 초기 모델인 스마트 원전을 설계했던 경험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실시설계 경험과 미국 기업들의 SMR 기술력을 배합한다면 SMR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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