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 처조카·자녀 논문 표절 의혹
대입용 '스펙 공동체' 활동에 피해 학생도
한인들 "이번 일은 사실상 입시 부정" 분통
논문 대필이 '한국식 입시 전략' 조롱 나와
한인 학생들 '색안경'… 입시 불이익 우려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처조카가 고교생 때 쓴 논문의 표절 의혹이 짙어지면서 미국 한인 사회가 들끓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부모 지위를 이용해 스펙을 쌓는 일에 너그러운 편이지만, 이번 일은 ‘입시 부정’에 가깝다고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논문 표절뿐 아니라 대필 작가를 고용해 에세이를 쓴 정황, 앱 대리 개발 등 불법적인 방식으로 대입용 스펙을 쌓는 행위를 용납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3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미국 한인 사회는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자녀와 조카들의 '스펙 공동체' 의혹에 분노하면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국일보 인터뷰에 응한 한인들은 공통적으로 "일반인들은 감히 상상도 못해본 입시 비리인데, 관련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몰랐다'고 말하며 교묘히 빠져나갔다"며 "자녀도 이름을 올렸으면서 '사용할 생각이 없는 스펙이고 습작용'이라고 일관하는 한 장관의 태도에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한인들은 한 장관 자녀와 조카들이 연루된 '스펙 공동체' 의혹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 장관의 처형인 진모(49)씨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입시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한인 학부모들을 끌어모았다. 한 장관 자녀 및 둘째 조카와 에세이 작성, 봉사 단체 등 활동이 겹치는 학생은 총 18명이다.
'스펙 공동체'에 포함된 일부 학생들은 약탈적 학술지에 글을 게재해 장학금을 받고 리더십 활동을 하는 데 활용했다. 결과적으로 다른 학생들의 기회를 빼앗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인 A씨는 "진씨가 지인들에게 '부모가 생각도 못한 스펙을 만들어 줬는데 왜 고마워하지 않느냐' '그래서 이런 스펙을 안 쓸 거냐'며 뻔뻔하게 대응했다"며 "학부모 항의가 계속되자 참가비 명목의 돈을 돌려줄 테니 조용히 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번 논란으로 진씨 말을 믿고 리서치 활동을 했던 학생들과 미국 교육 시스템을 잘 모르고 참여한 학부모들이 들러리를 서며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 장관의 조카와 에세이 작성을 두 차례 같이 했다고 밝힌 한인 B씨는 "지인 소개로 리서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했지만, 게재된 결과물을 보니 아이가 쓴 내용과 다른 게 너무 많아 그만뒀다"며 "(표절·대필 여부를) 모른 채 참여했다는 무지도 반성할 일이며, 미성년자 자녀의 책임자로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신뢰가 중요한 미국 사회 특성상 이번 논란으로 한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동훈 장관 조카들이 졸업한 고교와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지역의 한인 학생들이 향후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처조카가 재학 중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신문은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논문들이 이전에 발표된 연구와 유사하며, 표절률 역시 미주 지역 한인 학부모들이 작성한 청원글과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논문 5편의 표절률은 최저 46.2%에서 최대 78.2%에 이른다.
이곳에 10년째 거주 중이라고 밝힌 한인 C씨는 "한 장관 자녀와 조카, 그리고 일부 부유층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욕망으로 미국 사회에서 한국 학생들을 색안경 끼고 볼까 걱정"이라며 "돈을 주고 논문에 이름을 얹어서 대학 가는 게 'Korean tactic'(한국식 입시 전략)이냐는 조롱 섞인 말까지 듣고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대학 입시컨설팅 학원을 운영했던 한인 D씨는 "이런 방식의 스펙 쌓기는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이라며 "미국은 초등학교 때부터 표절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 가르치며, 학교 과제를 제출할 때도 표절 검사 사이트에 올리게 돼있다. 대입에 눈이 멀어 이런 행동을 저지른 걸 보면 윤리의식이 심각하게 결여된 게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