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문답, 5ㆍ18 참석 ‘소통’에 긍정적
‘검찰 출신’ 전진 배치는 똑같다는 인상 줘
겸손한 태도, 민생에서 정책 능력 보여야
윤석열 정부로의 정권교체를 이끈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생래적인 거부감으로 줄곧 반대했던 이들과 처음에는 지지했으나 집권층의 위선적 행태와 무능에 돌아선 사람들이다.
진영과 이념적 성향이 강한 집단인 전자는 어느 정권에서나 존재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기 전까지 형성했던 콘크리트 지지층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쳤던 팬덤층이 그런 예다. 하지만 이런 강고한 지지 세력도 정권을 지켜줄 수 없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됐다.
결국 윤석열 정권의 성패는 합리적 이유로 정권교체를 바랐던 후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이들에게 “정권 바꾸기를 잘했다”는 확신을 갖게 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정권의 태도가 중요하다.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이 역겨워 윤석열을 택했기에 “우리는 오만하지 않고 공정하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 모습이 교차한다. 예상치 않았던 기자들과의 ‘출근길 문답’은 낯설면서도 신선해 보인다. 짧은 몇 마디라도 소통을 늘린다는 점에서 이전 정권과는 다르다는 인상을 준다. 다만 취임 초기의 반짝 이벤트에 그친다든지,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해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여권 지도부를 총출동시켜 5ㆍ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이전의 보수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여당뿐 아니라 야당 의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악수를 나눈 점도 변화를 실감케 한다. 기존 대통령들이 보였던 권위주의적인 태도에서 벗어난 모습만으로도 호감을 줄 것이다.
소통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데 비해 인사에선 특유의 직진스타일로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주요 공직자 인선에서 나타난 다양성의 실종은 가볍게 볼 게 아니다. 윤석열 정부 역시 다수의 서민들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에 살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엘리트들의 의혹을 지켜본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내건 공정과 상식에도 의문을 보내고 있다.
걱정스러운 건 자신과 친분이 있는 검찰 출신 인사들의 전면 배치다. 핵심 업무에서 정치권의 외풍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같은 직역끼리의 인연은 ‘이너서클’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검찰 출신이 인사를 장악하면 자신들이 아는 검찰 인맥에 먼저 눈길이 가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 않은가.
국민들 눈에는 86세력과 운동권 인사 일색이었던 문재인 정권과 뭐가 다르냐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586 권력’에서 ‘검찰 권력’으로 바뀌었다는 비판에 뭐라고 답할 것인가. 어느 부류든 동질적 집단의 권력 장악은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려 오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 예지만 미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러시아군 교착 상황이 푸틴 대통령 주변의 ‘예스맨’들의 잘못된 정보 때문이라고 판단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태도와 인사가 정권 초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정책적 능력의 비중이 커지기 마련이다.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무경험에 대한 불안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다소 가셨다. 향후 미중 경쟁체제에서 국가 핵심이익을 조율하는 역량이 본격적인 평가의 대상이 될 것이다.
경제나 부동산 등 민생 분야에서의 신중한 모습도 우려를 던다. 이전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뒤집거나 성과에 급급해 무리하게 속도를 낼 경우 화근이 될 수 있다. 민생과 경제에서 단시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만큼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는 게 우선이다. 지금까지의 윤 대통령의 행보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하루속히 ‘검찰총장 출신’ 레테르를 떼고 ‘소통 잘하고 협치에 능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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